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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y 29. 2024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기억해 주세요

우리 동네엔 유난히 강아지가 많다.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도 반려견을 허용하는 곳이고 주위 상점이나 음식점도 반려동물에 호의적인 편이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항상 산책하는 강아지를 볼 수 있다. 어찌나 귀여운 생명체인지.


어떤 강아지는 점프하듯 총총 걸어 다닌다.

어떤 강아지는 공처럼 동-그랗게 털을 깎았다.

포메라니안의 바짝 올라간 입꼬리가 사랑스럽고

프렌치 불독의 쭈글쭈글함은 봐도 봐도 귀엽다.


헤벌쭉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아쉽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강아지는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구나.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웃게 하는구나.


종종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쇼츠에 귀여운 아기들의 영상이 뜰 때가 있다. 세상 해맑은 얼굴로 통통한 볼을 움찔거리며 옹알거리는 모습을 보면 인류애가 치솟는다. 댓글을 보면 사람들 다 한 마음이다. 자기 뱃속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사랑을 듬뿍 담은 멘트가 넘쳐흐른다. 아기가 서툴게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맞다. 아기도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이다. 위로다.


강아지와 아기뿐이랴. 한 자리에 우뚝 서서 사계절을 맞이하는 나무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삶에 대한 의지로 충만해진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때로는 꽃피우고 열매를 맺고, 때로는 청량함을 뽐내고 조용히 비우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나만의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어쩌면 나도,

우리도,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아지처럼, 아기처럼, 나무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생각 한 가지.


내가 무언가를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

뭔가 대단한 것을 이뤄야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을 가져야만,

돈을 많이 벌어야만,

그래야만 내가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사랑받을 거라는 생각.


이것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체는 존재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자연은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지닌 채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역할, 바로 '나'라는 개성이다. '나'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얼마나 대견한가.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주는 거대한 에너지장이고 우리는 에너지 차원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 에너지장을 하나의 큰 퍼즐판이라 한다면 각 생명체는 하나의 퍼즐조각이다. 퍼즐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아무리 밋밋하고 볼품없는 퍼즐조각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 한 조각이 없다면 퍼즐판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나'라는 조각이 없다면 우주는 완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있고 당신이 있기에 이 우주가 완전하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이 연결성 속에서 모든 존재는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그러니 당신은 태어난 순간부터 꼭 필요한 존재다. 이 우주에서. 당신의 역할이 필요한 누군가의 삶 속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잠시 독자로서 내 삶에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 삶의 한 장면을 채워주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감사한 마음. 그들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내 삶 속에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작은 위로다.


지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은 완전할 수 없다고.

당신은 이 우주를 이루는 한 조각이라고.


오로지 당신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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