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마음이 산만해 글을 쓰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영상 편집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야 했으며, 남편이 쉬는 날도 있었다. 무엇보다 코감기인지 비염인지 때문에 며칠째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 한 가지 더. 남편 생일(토요일)이 있는 주이기도 하다.
저번 글에서 [나는 '잘' 가고 있다]고 했지만, 방향성이 맞는 것 같다는 뜻이지 언제나 그 과정이 편안하기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를 걷는 것처럼 쉬이 지치기도 하고, 멀리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음이 어수선했다. 딱히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놀고먹고 잘만 했는데 이상하게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글을 쓰다가 막혀서 저장만 해두고, 적절한 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몇 시간을 보내고, 텅 빈 메모장 앞에서 손만 꼼지락거렸다.
이럴 때마다 인생은 참 재밌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파도 같다. 오르락내리락.
열정이 솟았다 식었다 한다.
일이 잘 풀렸다 안 풀렸다 한다.
세상이 내 편 같았다가 갑자기 한 없이 외로워진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진다.
그래서 재밌다. 역동적이라서. 다양한 감정을 체험할 수 있어서. 다행인 점은, 이제 나는 이런 파도의 흐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그 정도의 내공은 쌓였다.
'아하, 이런 시기가 왔구나. 그럴 수 있지.'
이런 시기가 있으면 저런 시기도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날을 맛보고 싶다면, 게으르고 무기력한 날의 쓴 맛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마음이 산만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들이 있은 후에는, 다시금 명료해지고 에너지가 솟구치는 날들이 반드시 온다. 살면서 많이 경험해 봤다. 그래서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안다.
크게 점프하기 위해서는 한 번 잔뜩 웅크려야 하듯, 크게 도약하기 전에는 언제나 움츠림이 필요한 법이다. 그렇게 한 번 도약한 후에는 다시 움츠려야 한다.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인생은 이 과정의 반복이다. 이걸 그냥 즐기면 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기면 된다. 산소가 중요하다고 해서 계속 들이마시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토요일 아침 7시, 코랑 목이 불편해 뒤척거리며 잠을 더 잘까 말까 고민하며 뭉그적거리던 때, 갑자기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순식간에 한 편 완성.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머릿속에 떠다니던 글을 옮기고 있다. 요 며칠 글 쓰는 게 그렇게 잘 안 되더니만.
역시,
명료해지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