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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y 22. 2024

남편과 함께 하는 취미가 생겼다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커뮤니티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오는 것. 시작한 지 3주 되었고, 주 4회 정도 운동하고 있다.


이전에 살던 신혼집은 한 동짜리 오피스텔이라 커뮤니티에 헬스장이 없었다. 다른 곳에 등록해서 다니기는 귀찮아서 주로 집에서 운동했는데 내심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이사할 집을 구할 때는 헬스장이 포함되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운이 좋게도 꽤 괜찮은 규모의 헬스장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물론 근처에도 피트니스 센터가 많아서 내가 사는 건물에 헬스장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원래 운동하는 곳은 가까울수록 좋은 법이니까. 고작해야 이동시간 10분 아끼는 건데도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 하다. 옷도 그냥 운동복 차림으로 쓱 갔다 오면 그만. 관리비에 이용비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어 따로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물론 관리비는 비쌈;;)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서 50분 정도 기구 운동을 한다. 보통 등 / 가슴, 어깨 / 하체로 나누어 하루에 한 부위씩 집중적으로 단련한다. 한 번에 횟수 12-15번씩 5세트를 번갈아가면서 하면, 기구 3개만 해도 50분이 후딱 간다.


처음에는 슬렁슬렁 운동했는데, 습관처럼 계속하다 보니 운동에 재미가 붙어 어느덧 우리 부부의 하루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역시 무엇이든 꾸준함이 답인 듯. 몸이 조금씩 변하고 근력이 점점 좋아지는 걸 느낀다.


남편과 같이 운동하면 좋은 점이 많다. 운동할 때 덜 심심하고, 서로 자세를 봐줄 수 있다. 한 세트씩 번갈아가면서 운동을 하다 보니 중간에 버리는 시간도 없다. 서로 카운팅 해주는 것도 좋다. 물론 남편은 가끔 '... 여덟, 아홉, 열, 열, 열'이라고 짓궂게 카운팅 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나는 남편을 흘겨보며 "12번 다 했거든!?"라고 소리치고는 기구에서 폴짝 내려온다.


운동하는 게 재밌다고 해도 계속하고 싶은 건 아니다. 기구 3개를 다 돌고 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운동을 끝내면 나는 언제나 "오! 운! 완!(오늘 운동 완료)"을 외치며 신나게 집으로 향한다. 몸은 힘들지만 오운완이 주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이 증가한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는 중.




오늘도 역시 남편이 퇴근 후, 같이 운동을 하러 내려갔다. 레그 익스텐션 기구를 번갈아가면서 하다가 남편이 할 차례가 되었다. 옆에 서서 카운팅을 해주며 남편을 바라보는데, 순간 같이 운동한다는 사실이 좋아서 남편에게 애정 듬뿍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운동하니까 너무 좋아. 운동하다가 쉴 때 오빠 볼 수 있잖아."


"(저 멀리 TV 보면서) 오, 오리온에서 치즈맛 포카칩이 오랜만에 다시 나온대!"


"... 내 로맨틱한 말을 그냥 묵살해 버리네?"


"어?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줘, 다시."


"안 해!!!"


로맨스는 무슨,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지. 앞으로 6개월 뒤의 우리를 기대하며... 오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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