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한 가지 키워드를 정했다.
"역동성"
2024년은 더 힘차게, 활동적으로 살아보자는 의지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 자주 밖으로 나가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인풋보다는 아웃풋에 초점을 맞추자는 뜻이다.
물론 다른 목표들도 많지만, 다른 걸 다 못 해도 이것만큼은 놓치지 말자는 의미로 이 한 단어를 올해의 키워드로 정해놓았다. 이게 도움이 참 많이 되었다.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고 게을러지려고 할 때마다 항상 속으로 '역동성!'을 외치며 몸을 일으키곤 했으니까.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는 듯하다. 5월이 거의 다 지난 지금, 달력에 빼곡히 적힌 일정을 보면 이번 달도 꽤 역동적으로 살았네 싶다.
첫째 주에는 지인들과 상암 축구장에 갔고, 둘째 주에는 남편과 대구 여행을, 셋째 주에는 부모님과 2박 3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넷째 주에는 서울숲 데이트. 집순이에게는 상당히 빡센 한 달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뿐이랴, 주 4회 정도 남편과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열심히 했고, 생각만큼은 못했지만 글도 꾸준히 썼다. 틈틈이 투자 공부도 하고. 딱 하나, 유튜브 영상 업로드는 거의 못했다. 유유.
유튜브는 지금 딱 이런 느낌이다. '나 이제 제대로 한다. 할 거야. 곧 한다!'라고 소리치며 이륙하지는 않고 활주로를 뱅글뱅글 도는 느낌. 갑자기 활주로 얘기하니까 제주도에서 타고 온 귀여운 비행기가 생각난다. (의식의 흐름 무엇?) 피카츄가 그러져 있던 앙증맞은 비행기였다.
제주도 여행기는 따로 글로 쓰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가서 좀 더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그랬는지 '제주도'에 대한 감흥이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소보다는 인물에 좀 더 집중했던 여행이었달까. 기억에 남는 장소는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성산일출봉, 그리고 처음 가본 사려니숲길.
여기까지만 보면 '편하게 놀고먹은 한 달이었네!'라고 할 수 있지만. 놀고먹은 건 맞는데 편하지는 않았다. 5월 내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이 아팠고, 마른기침을 달고 살았다. 코가 계속 목 뒤로 넘어가거나 막혀서 새벽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목이 쉬어 말할 때도 힘들었다.
처음에는 목감기나 비염인가 싶어 이비인후과에 갔었는데, 약을 두 번이나 지어먹었는데도 도통 낫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제주도까지 기침을 달고 갔더니 엄마가 날 보며 말씀하셨다.
"아빠도 딱 너 같은 증상이었어. 계속 기침하고. 약 먹어도 안 낫길래 병원 갔더니 역류성 식도염일수도 있다고 해서 약 지어먹으니까 두 번 만에 낫더라."
역시 이래서 병은 소문내라고 했던가. 여행에 다녀온 후 나도 내과에서 역류성 식도염 약을 지어먹으니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여전히 기침은 조금 하지만 목소리는 많이 돌아왔다.
그래서 진짜 역류성 식도염이었나 싶긴 한데... 찾아보니 주된 원인이 '술, 흡연, 야식, 카페인 음료, 과식,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게 뭔 소리야! 나는 술, 흡연, 야식, 카페인 음료 다 안 하고 스트레스도 별로 없는데. 과식은 가끔 했지만. 남편이 네가 왜 역류성 식도염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 나 역시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약 먹고 나아지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과식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가?
한 달 내내 이런 상태로 일정을 소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로 '역동성'을 외치며 열심히 다녔더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많다. 마치 초등학생 일기장에 나올 것 같은 마무리지만, '즐거운 5월이었다!'. 6월에는 또 어떤 재밌는 일들이 있을지. 귀찮아질 때마다 외치면서 또 일어나야지. 역! 동!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