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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Jun 16. 2024

소소하게 즐거웠던 토요일 (ft.인사이드 아웃2 후기)

오랜만에 소소한 토요일의 기록. 전날 밤에 연애남매 최종화를 보고 늦게 자서, 아침에 좀처럼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남편은 새벽 여섯 시 반부터 게임을 하겠다며 벌떡 일어나 컴퓨터 방으로 갔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반이 지났을까, 잠에서 깼다.


"으에에~~~" (나 일어났으니까 관심 달라는 소리)


"깼어? 잘 잤어?"


남편이 건넌방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응!"


나는 아직 남아있는 졸음을 물리치며 이불속에서 계속 미적거렸다. 잠시 후, 남편이 헤드폰을 벗고 쪼르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 주물러줘야지!!"


"오, 진짜? 감동~~~"


고맙게도 남편은 주말 아침마다 내 다리를 주물러주곤 한다. 남편이 적당히 센 압으로 종아리를 쫩쫩 주물러주면 피로가 풀리고 잠이 깨면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마사지 러버인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시간.


"오늘은 게임하느라 까먹은 줄 알았는데!"


"에이, 아까는 자고 있었으니까 그랬고 지금은 깼으니까 주물러줘야지."


"올~~ 감동이다. 고마웡."


남편이 종아리를 주물러주는 동안 오늘은 뭐 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파리바게트 기프티콘이 있어서 점심은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사 먹고, 오후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내가 물었다.


"영화 보고 중식 먹을 거지? 어디서 먹지?"


"OO 중식당에서 먹을래?"


"거긴 오빠 혼자 가서 먹어^^"


"ㅋㅋㅋㅋㅋㅋ"


동네에 있는 OO 중식당은 며칠 전에 간 곳인데 맛이 그냥 그랬다. 평은 좋았는데. 나는 핸드폰으로 새로운 중식당을 검색하며 말했다.


"영화 보고 마트에서 전구 사서 화장실 전등 갈면 되겠다."


며칠 전에 화장실 전구 하나가 나가서 오늘은 꼭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에서 화장할 때가 많은데 조명이 어두워지니 내가 잘 찍어 바르고 있는지 당최 확인하기가 어렵단 말이지.




파리바게트 기프티콘은 다음에 쓰기로 하고, 동네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러 갔다.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 슬픔, 소심, 불안 등의 감정을 각각의 캐릭터로 만들어서 주인공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의인화해 보여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1편도 인상 깊게 봤는데 2편도 너무 감동이었다. 가히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상상력에 감탄, 또 감탄.


'당황'이 너무 귀엽...(오른쪽 맨 위 분홍색 캐릭터)


휴지를 가져갔어야 했는데. 중반까지 잘 보다가 후반부에 내용이 깊어지면서 눈물이 줄줄. 내용이 막 슬픈 건 아닌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가슴이 여러 번 찌르르했다. 옆에 앉은 여자도 훌쩍거리며 울더라.


2편에서는 사춘기가 된 주인공에게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스포가 될까 봐 자세히 말은 안 하겠지만 뒷부분에 '불안'이가 격해지는 장면이 정말 압권이다. '불안'이 눈에 눈물이 차오를 때 내 눈에선 눈물이 뚝뚝. 나도 겪어봤다고!!!!! 저 마음 안다고!!!!!


감독이 마음공부 하는 사람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메시지가 무의식 정화나 내면아이, 잠재의식과 연결된 내용이 많은데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감정, 나쁘다고 생각해서 자꾸 억압하는 감정, 무의식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아픈 기억들, 신념이 생기는 과정과 신념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등등,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너무나 쉽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나에게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감정과 하나가 되지 않고 그 감정을 알아차리는 관찰자 시점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영화를 보면 그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불안해지면, '앗, 지금 '불안'이가 활동 중!' 이렇게 관찰할 수 있게 되는 느낌이랄까. 모든 사람이 봤으면 하는 영화다. 강추.




저녁에는 새로 찾은 중식당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짜장면은 맛있었고 탕수육은 고기가 질겨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다행히 재방문 의사는 있는 정도. 마무리로 마트에 가서 체리와 고구마칩, 전구를 사 와 화장실 전구까지 교체 완료했다. 이렇게 글도 썼고.


여유로우면서도 꽤나 일정이 많았던 하루. 소소하지만 재밌었던 토요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오늘 내 머릿속에서는 어떤 감정들이 활동했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내일은 또 어떤 감정을 체험하게 될지. 어떤 것이든 잘 맞이해야겠다. 모든 감정이 나에게 소중하고, 필요한 감정이니까!


(글을 다 쓰고 보니 밤 11시 반이라 일요일에 올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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