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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빈 Aug 08. 2018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느 젊은이와 수행자의 이야기

서울아쉬람, 2018


‘나는 누구인가’라는 탐구과정은,


‘나는 이것이다, 저것이다’라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친근하게 풀이하면,


‘내가 이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닐 수 있겠구나!’를 경험하며 깨닫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


여기 이 과정의 이해를 미리 도울 만한 이야기가 있다.


깨달음을 얻고자 자신을 찾아온 젊은이에게 수행자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젊은이는 대답했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입니다.”


수행자는 말했다.

“그렇군요. 계속 열심히 운동하며 사십시오. 그런데 나중에 혹시라도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가 오면, 그때 다시 찾아와주십시오. 그때 깨달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허탈함을 느낀 젊은이는 화를 내며 후회했다.

수행자를 만나기 위해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까웠고, 자신은 죽을 때까지 운동할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젊은이는 팔과 다리, 사지를 모두 절단해야만 생명을 건질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국 생명은 건지게 되었지만, 그는 자신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운동은커녕, 물 마시는 것조차도 내 힘으로 못하게 되었는데,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 차라리 숨을 끊겠다.’


매일같이 죽겠다고 다짐하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문득 수행자의 말이 생각났다.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때 다시 찾아와주십시오.’


이제 죽음만 남겨 두었으니, 더이상 아까울 것도 없다고 생각한 젊은이는 마지막으로 수행자를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수행자는 다시 찾아온 젊은이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젊은이는 대답했다.

“나는 이제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 운동을 못 하고, 죽음만을 남겨둔 사람입니다.”


수행자는 다시 물었다.

“예전에 운동하던 당신, 그리고 지금 운동을 못 하는 당신, 이 둘은 같은 사람입니까, 다른 사람입니까?”


그러니까 다시,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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