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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Aug 24. 2020

엄마 저도 닌텐도 사주세요

어렸을 때 미처 하지 못한 말

주책이다.

내 나이 초 중 고 지나 그래도 어엿한 대학생인데 아직도 머릿속에 감도는 이야기.


2020년 초부터 닌텐도 스위치가 엄청난 유행을 타고 있다.

특히 동물의 숲 에디션.. 상당히 이쁘긴 하더라.

주변 친구들이 닌텐도 스위치에 엄청난 열을 올리며 구매하려 할 때는 별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외면해왔던 것 같다. 

혹시, 어떻게 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정중히 물어봐주시라.

반년이 지나가는 2020년 8월, 나도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을 구매했다.

아직도 물량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구매하기가 여간 쉽지 않더라.

그런데 내게는 이 닌텐도 스위치에 쉽게 말 못 할 사연이 있다.


솔직히 닌텐도를 구매한 지금도 이 글을 적고 있노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때는 2008년도 즈음,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의 나이였다.


야! 얘들아! 마리오하자!

밀레니얼 세대의 초등학생이라면 필수로 거친다는 '축구 학원'을 아시는가.

사실상 공부 학원 때문에 친구들을 못 만나는 아들을 위해 부모님들이 모여서 운동시키는 그런 모임 말이다.


축구를 하고 나서 모임, 누구 생일이면 다 같이 모이는 모임, 엄마들끼리 만나면 모이는 모임 등..

학교에서는 당연히 닌텐도를 하지 못하니, 뭐~만 하면 애들 엄마들끼리 만나서 수다를 떨고,

그 사이 애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닌텐도를 하고 앉아있다. 아니 얘들아 우리 축구모임이잖아


누구 집에 놀러 가도 그렇다. 방과 후 친구 집 놀러 가면 자기 닌텐도 하기 바쁘고, 조금 시대가 발전하니 닌텐도 위(Wii)를 들고는 내가 하는 방법도 모르는 게임을 하고 앉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닌텐도나 마리오는 내게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갖고 싶으면서도 미운 녀석.






엄마 저도 닌텐도 사주세요

라고 내가 말했을까? 

시시하게 정답을 바로 말하자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내가 닌텐도를 사고 싶어 한다는 걸 몰랐을까? 그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초등학생이 아무리 눈치가 빠르고 자기감정을 숨기려 해 봐야 얼마나 잘하겠는가.


내가 혼날까봐 무서워서 말 안할 성격은 아니다. 그저, 내가 그것을 바란다는 것만으로 부모님이 나에게 실망하실까봐, 나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하시는 부모님에게 맞추어드리지 못할까봐, 그걸 사면 똑똑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눈이 더 나빠졌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눈물 흘리는 엄마를 보고 싶지 않아서, 기어이 말하지 못했다.





친구들이 '너는 닌텐도 안 사?'라고 물어보면 그들에게 태연히 '나는 눈이 나빠서 안돼'라고 말하는 것,

혹은 형에게 사주었던 비디오 게임기나 '게임보이'가 있었음에도 나는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나는 닌텐도보다는 컴퓨터 게임이 더 재밌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에는 충분히 지쳐있었다.

그렇다고 컴퓨터 게임을 한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닌텐도보다 '이성친구에게 잘 보이기', '좋은 학교 가기', '컴퓨터 게임 잘하기'가 더 중요해진 초등학교 6학년이 된 것에 매우 감사할 정도였다. 






엄마 아빠, 링 피트 한번 해보실래요?

어쨌든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컴퓨터 게임도 원 없이 어느 시간에던 원 없이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장학금, 꽤 쏠쏠했던 파트타임, 받는 용돈에서의 일부 적금 등 모아뒀던 돈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했다.


제일 먼저 구매한 게임 타이틀은 링 피트 ( Ring Fit )였다. 

(참고 : 링 피트는 운동하는 게임이다. 엄청 힘들다.)

'가족과 함께 하기 웃으며 운동하기 위해' 라는 이유로 구매했다.

요즘 엄마는 꾸준히 매일 링 피트로 운동을 하신다.


아무튼 유년시절의 이런 속앓이를, 요즘은 가족과 함께 닌텐도를 즐기며 풀어가려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부모님 앞에서, 친구들 앞에서 떳떳이 말 못 하는 이야기들을 글로 적어 내려가고 있자면, 역시나 아직은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살 만한 게임 없나..

안타깝게도 구매한 결정적인 이유가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는 아니었기에..

구매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벌써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아니 힐링된다며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하겠지만, 이러면서도 이번 연말에 출시할 플레이스테이션 5를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나이다.



혹여 자신의 자녀가 닌텐도를 매우 구매하고 싶어하는 부모님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사실 나도 어떤게 자녀를 위한 best way 인지 모르겠으니, 한번 대화를 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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