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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Oct 12. 2023

국민을 이기는 정권

역사 이야기

제나라는 주나라의 개국공신인 우리가 강태공이라고 부르는 강여상에게 봉해진 나라입니다.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인 제환공의 나라이며,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이오와 포숙아의 나라입니다. 춘추시대 말에 제나라는 신하에게 찬탈당해 전국시대의 제나라는 강씨의 나라가 아니라 전씨가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제나라가 전씨에게 넘어가기 전인 26대 제경공 시대에는 안영이라는 뛰어난 재상이 있어 제나라가 바로 다스려집니다.


기원전 547년, 어린 나이에 군위에 오른 제경공은 지극히 평범한 재능을 가진 군주입니다. 간신을 가까이하고 주색을 즐겼던 제경공이 패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안영에 의지해서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안영의 직언이 거슬릴 만도 했지만 제경공은 이를 잘 참아내며 안영을 중용합니다.


제경공이 과음으로 인해 3일 동안 일어나지 못하자 안영이 간합니다. “옛날 선인들께서는 술을 마셔도 기분이 좋은 정도에서 그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술로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임금께서 모범을 보여야 불만을 품는 자가 없고, 모반하는 자가 없습니다. 임금께서 과음으로 3일 동안 정신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백성들이 동요하고 법을 어기게 됩니다. 신하들도 쉽게 불법을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임금은 덕을 잃게 되고 백성들은 법을 무시하게 되며 그로 인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됩니다.”


기원전 1046년, 상나라를 멸하고 주나라가 섭니다. 주나라는 친족과 개국공신에게 영토를 나누어 본격적인 봉건제를 실시합니다. 제후국은 주나라를 종실로 섬기며 봉국의 의무를 다합니다. 기원전 871년, 10대 주여왕이 왕위에 오릅니다. 사치스럽고 오만한 왕으로 인해 정치가 문란해집니다. 백성들이 왕을 비방합니다. 왕은 무사들을 고용해 비밀 경찰대를 조직하고 의심스러운 자들을 색출해 처형하는 공포 정치를 실시합니다. 모든 비방이 그치자 왕이 기뻐합니다. 지혜로운 신하였던 소공이 왕에게 간합니다.


“비방이 그친 것이 아니라 입을 막은 것입니다.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과 같습니다. 막혔던 물이 터지면 모든 것을 한 번에 쓸어가 버리듯, 언론을 억압하면 당장엔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순간 폭발하게 되고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립니다. 백성들의 입을 열어 소통하게 하는 것은 물고를 터 흐르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왕이 듣지 않습니다. 백성들의 입은 여전히 막혀있고 제후국은 주왕실로부터 멀어져 입조하지 않습니다. 기원전 841년, 막혔던 물이 터지듯 백성들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백성들이 왕을 습격했고 왕은 망명합니다. 왕을 몰아낸 백성들은 태자 정을 보호하고 있던 소공의 집을 포위합니다. 소공이 아들을 희생시켜 태자 정을 구합니다.


그러나 태자가 왕위에 오를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때부터 14년간 신하들이 왕이 없는 정부를 이끕니다. 이 시기를 공화(共和)라 하며 ‘republic’을 ‘공화’로 번역하는 유래가 됩니다. 공화 14년, 왕이 망명지에서 죽자 태자 정이 즉위해 주선왕이 됩니다. 왕이 정치에 힘쓰자 제후국도 주를 종실로 인정해 입조합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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