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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사람 이야기

by 오세일

어느 가을 깊은 날

산자락 붉은 노을 눈가에 머물고

어둠 내린 거리에 낙엽이 흩어지면

가뭇해진 얼굴과 상심했던 기억들

가슴 한쪽 되살아나

가고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 된다

삶은 여전히 풍요롭지도

절박하지도 않지만

어색한 일상이 만든 더딘 시간은

등속(等速)이라는 속성을 잃고

하루를 더욱 힘겹게 한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성가실 때도 있지

이미 잊힌 것과 남겨진 것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게 없어

쇠락한 거리 배회하다

발길 돌려 들어선

허름한 술집 낡은 탁자 위

조금은 느슨해진 술잔에

넘치도록 시간을 담아

늦거나 빠르거나

세월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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