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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Dec 20. 2023

당신의 문자가 ‘스팸’ 아닌 ‘스팸’이 되기 위해

선거 이야기

‘돼지고기 어깨살과 햄’이란 의미의 스팸(SPAM, Shoulder of Pork And haM)은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 어깨살을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답니다. 1937년에 출시돼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제조국인 잉글랜드를 ‘스팸랜드’라 부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광고성 우편물을 뜻하는 ‘스팸’의 어원도 바로 가공육 브랜드 ‘스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 코미디 프로에서 출연자들이 ‘스팸’을 큰 소리로 외쳐 시청자들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자의와는 상관없이 인터넷이나 SNS의 불청객인 ‘스팸’과 얽혀버린 ‘스팸’은 심기가 불편할 것도 같습니다.

     

선거운동을 ‘캠프의 과잉의욕과 유권자 무관심과의 충돌’이라고 정의하면 너무 단편적일까요? 캠프는 짧은 선거기간 동안 의욕을 갖고 유권자에게 다가서지만 정작 유권자는 무관심하고, 정치에 대한 냉소까지 더해져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하기까지 합니다. 어느 순간 명함을 건네는 선거운동에 회의감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눈길이 가는 것이 SNS, 그중에서도 문자메시지입니다. 읽든 아니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유권자의 손끝까지는 보낼 수 있으니 캠프로서는 법과 자금이 허용하는 한도까지는 활용하려 합니다.

     

문자 메시지는 보내는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읽는 사람의 의지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깨알같이 많은 정보가 담긴 채 두서없이 보내지는 문자는 단언컨대 스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대부분 읽히지 않고 삭제될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권자의 짜증을 유발해 아니 보낸 것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문자를 발송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모든 유권자가 선거문자를 읽게 할 수는 없겠지만 발송자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더 유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문자 8회를 스토리가 있게 구성하고, 매회 발송되는 문자는 첫 문장에 핵심 메시지를 요약해 유권자가 문자를 열지 않고 삭제하는 과정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나를 찍어야 할 이유’를 문자로 작성할 때, “저를 지지해 주십시오!”와 같은 상투적 문장보다는 “절대 저에게 투표하지 마세요!”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문자가 유권자의 시선을 끌 확률이 당연히 높겠지요. 이어 상대후보의 약점을 나열해 “국회의원의 자격이 음주운전이라면, 병역기피라면, 비리경력이라면 저에게 절대 투표하지 마십시오!”로 끝맺는 방식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자는 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읽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보낸 문자가 ‘스팸’이 아니라 ‘스팸선물세트’가 되기 위해서는 캠프 구성 시 카피라이터 같은 문장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꼭 참여시키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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