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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y 09. 2024

세월호, ‘디어 에반 핸슨’

사람 이야기

딸아이가 빠른 98이니 97년생 세월호 아이들과 같은 또래입니다. 살아남은 죄책감에 죽음을 선택하신 당시 단원고 강민규 교감선생님과 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교감선생님이 친분이 있었나 봅니다. 서로 통화하다 배를 이용한 수학여행 이야기가 나왔고 강선생님은 너희들은 형편이 나으니 비행기로 이동하라고 했다는 말을 아이를 통해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불민하게도 내 아이가 그날 그곳에 없었음을 안도하면서도 세월호는 우리 가까이, 우리 모두의 일이었음을 절감합니다. 유족을 위해서라도 이젠 가슴에 묻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했으니 깊이 반성합니다. 세월호는 우리 시대 부도덕한 관행의 상징이며 250명 아이들은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시대의 탐욕에 대한 경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참사를 끝내고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다음 세대가 성장할 수 있겠지요.


세월호 10주기 즈음 라이선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관람했습니다. 사회불안장애로 인해 또래 아이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던 한 소년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성장기를 다룬 뮤지컬입니다. 사회공포증(사회불안장애)은 사회활동을 불안해하며 피하거나 피할 수 없는 경우 불안반응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제도권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에 갇혀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도 사회공포증이 만든 일종의 심리장애입니다.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디어 에반 핸슨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세상에 나서는 소통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넘버들로 구성돼 있고, 노랫말 또한 뭉클함이 있습니다.


시절 탓인지 뮤지컬을 보면서 세월호 생각이 났습니다. 성장기의 아이를 키운다는 건 늘 조바심과 함께합니다. 이제 성년이 된 아이들을 보면서 무탈하게 성장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됩니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면 도움이 될 뮤지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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