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추 킹메이커의 경계가 되다!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진무공으로부터 통일된 진(晉)나라를 물려받은 진헌공 궤제는 뒷날 진나라가 춘추시대의 패자로 군림할 기반을 다지지만, 사후 군위를 놓고 극심한 혼란에 빠집니다. 이 또한 제(齊)의 여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진무공은 말년에 제환공의 장녀인 제강과 혼인합니다. 어린 제강은 아름답습니다. 세자 궤제가 서모인 제강을 품고 둘 사이에 신생을 낳아 사가에서 몰래 키웁니다. 궤제가 군위에 올라 제강을 정비로, 신생을 세자로 삼습니다. 제강은 딸 하나를 더 낳고 죽습니다. 이 딸이 훗날 진(秦)목공의 부인이 되는 목희입니다. 진헌공은 다른 여인들과의 사이에서 각각 중이와 이오를 낳습니다.


진헌공 5년에 진이 여융을 공격하자 융주는 두 딸 여희와 소희를 바치며 강화를 청합니다. 여희가 진헌공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경국지색의 미모였던 여희는 사악합니다. 여희가 해제를 낳고, 소희가 탁자를 낳습니다. 진헌공은 여희를 정비로 삼고 해제에게 군위를 전하려 합니다. 영악했던 여희는 지지기반 없이 신생을 폐할 경우 닥쳐올 위기를 알기에 반대합니다.


신뢰를 얻은 여희가 움직입니다. 당시엔 남색하는 풍습이 있어 진헌공이 시라는 소년을 사랑합니다. 뛰어난 용모에 영악하기까지 한 시를 여희가 품습니다. 시를 이용해 간신 양오와 동관오를 끌어들이고 둘을 이용해 신생, 중이, 이오를 지방으로 보냅니다. 여희가 세자를 음해하고 진헌공이 신생에게 자살을 명합니다. 어질었던 신생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진헌공이 중이와 이오도 죽이려 합니다. 중이는 적나라로, 이오는 양나라로 달아납니다. 당대의 진나라 명사들이 합류해 중이를 보좌하며 19년이라는 긴 망명생활을 시작합니다.

진헌공이 해제를 세자에 책봉합니다. 군위 26년, 죽음을 앞둔 진헌공이 어린 세자의 앞날을 순식에게 부탁합니다. 진헌공이 죽자 대부인 이극이 망명 중인 중이를 군위에 올리자 제안하나 순식은 진헌공 유언을 이유로 거절합니다. 이극이 자객을 시켜 해제의 등에 칼을 꽂습니다. 여희는 죽은 해제를 이어 탁자를 군위에 올리나 탁자마저도 살해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한 여인의 욕심이 만든 비극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흘렸다는 그녀의 눈물이 회한인지 증오인지 궁금해집니다. 순식 또한 자살합니다. 괵과 우를 동시에 멸망시킨 순식의 뛰어난 지혜도 두 군주의 연이은 비극은 막지 못합니다.


이극이 중이를 군위에 올리려 하나 정작 중이는 상중에 일어난 변란을 기회로 귀국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거절합니다. 이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위에 적극적이던 이오가 군위에 올라 진혜공이 됩니다. 중이를 기대했던 백성들은 이오가 군위에 오르자 실망합니다. 진혜공은 자신을 반대하고 중이와 친한 이극의 무리를 숙청합니다.


진(秦)나라 진목공은 부인 목희가 진(晉)나라 출신인 인연으로 여러 차례 진혜공을 돕습니다. 그러나 진혜공이 신의를 지키지 않아 두 진나라는 한원이란 곳에서 충돌합니다. 진혜공을 사로잡은 진(秦)나라가 한원대전의 승자가 됩니다. 진혜공 처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때 목희가 상복을 입고 나타나 친정 동생인 진혜공을 구원합니다. 진나라에 잡혀 있는 동안 중이가 돌아와 군위에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진혜공은 복귀하자마자 적나라로 자객을 보내 중이를 죽이려 합니다. 12년을 적나라에서 보낸 중이가 자객을 피해 제환공에게 갑니다. 제나라로 가는 동안 걸식해야 할 정도로 고난이 심합니다. 중이가 굶주림에 시달리자 가신 중 한 명인 개자추가 자신의 허벅지살을 잘라 먹입니다.


진혜공이 죽고 아들 어가 군위에 올라 진회공이 됩니다. 진회공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중이에 대한 견제입니다. 중이의 가신들이 기한 내에 귀국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포고령을 내립니다. 진회공이 노대신 호돌을 불러 중이의 가신인 두 아들의 귀국을 종용하는 편지를 쓰게 합니다. 호돌이 붓을 들어 여덟 글자를 쓰고 죽음을 맞습니다.


子無二父, 臣無二君


기원전 636년, 19년 망명생활을 끝낸 62세의 중이가 귀국해 진문공이 됩니다. 진회공이 달아납니다. 8년 재임 동안 진문공은 주나라 왕실을 보좌하고 초나라와의 ‘성복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며 제환공에 이어 춘추 두 번째 패자가 됩니다.


진문공이 군위에 오른 뒤 개자추가 잠적합니다. 진문공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입신하는데 거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문공이 뒤늦게 개자추를 찾으나 홀어미와 면산으로 잠적한 후입니다. 진문공이 사람을 보내나 찾지 못합니다. 스스로 나오게 하려고 면산에 불을 지르지만, 그 불이 찾아낸 건 산 개자추가 아니라 어미와 함께 불에 타죽은 개자추입니다. 상심한 진문공이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사당을 세우고 면산을 개산으로 고친 뒤 삼월 한 달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게 한 것이 오늘날 한식의 기원이 됩니다.


왕을 만든 사람들, 킹메이커의 보상심리는 종종 비리로 이어지고 자신뿐 아니라 주군까지도 몰락의 길을 걷게 합니다. 개자추의 죽음은 킹메이커의 역할이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오늘날까지 경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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