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트렌드 코리아에서 선정한 2025년도 10대 트렌드 상품 중에 ‘공진화 전략’이 있습니다. 경쟁관계인 기업들이 단순한 협업을 넘어 서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긴밀하게 맞물려 진화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자 개발한 스마트홈 앱으로 상대의 가전제품도 제어할 수 있도록 협업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합니다.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는 자연생태계에서 연유된 용어랍니다. 생태계에서 복수의 종이 상호간에 생존 또는 번식에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다카스카라섬에는 꿀 주머니가 매우 긴 난초가 있습니다. 이를 본 다윈은 난초의 꿀을 빨 수 있는 긴 주둥이를 가진 곤충이 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결국 다윈이 죽고 난 뒤 긴 주둥이를 가진 나방을 발견합니다. 공진화 이론은 1964년 식물의 방어물질 생산과 초식동물의 해독기구의 진화를 근거로 처음 제안됩니다.
공생자 사이의 공진화는 한 종의 적응적 진화가 다른 종의 협조적 진화로 이어집니다. 반면 경쟁자 사이의 공진화는 한 종의 적응적인 진화가 다른 종의 대항적 진화를 유도합니다.
자연 생태계에서 시작된 공진화 이론이 경영학과 비즈니스 등에 활용되며 공진화 전략으로 재탄생합니다. 서로의 성공을 연결하는 ‘상호 의존성’,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동시 진화’, 전체 생태계를 고려하는 ‘시스템적 사고’,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속적 적응’이 공진화 전략의 특징입니다.
우리의 정치도 공진화 이론으로 설명 가능할 것 같네요. 양당의 혐오정치, 구축(驅逐)의 정치형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견고히 하는 구축(構築)의 정치입니다. 흔히 말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입니다. 상대에 대한 불인정과 갈등조장은 정치팬덤으로 이어져 극화됩니다. 정치팬덤의 패악은 선악의 기준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이해(利害)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잉 사고와 과잉 분석을 포함해 스스로 사고하거나 분석하지 않습니다. 정치형태 혹은 정치민주주의의 퇴보, 한겨울밤의 꿈이 돼버린 계엄령이야 너무 극단적이어서 표본에서도 삭제해야 할 지경이지만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이 늘어나면서 정치는 줄서기가 되고 정당 민주주의의 퇴보로 이어집니다. 당내 반대 목소리는 수용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치인과 팬덤의 이해가 맞물린 합작품입니다.
이쯤에서 헷갈립니다. 우리의 정치는 경쟁자 사이의 공진화인지 공생자 사이의 공진화인지조차도.
※ 국민의힘의 해체를 예상하는 평론가들이 있네요. 당명이야 바뀔 수 있겠지만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윤석열의 실정(이런 경우 실정이 아니라 악정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과 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지지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이 남아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