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회유성 어종인 연어는 강에서 부화해 치어 상태로 바다로 나가고 4, 5년 후 성체가 되면 산란을 위해 태어난 곳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오릅니다. 대부분의 어류가 그렇듯 연어도 체외수정을 하기 때문에 산란과 방정을 위해 암수 모두 회유합니다. 산란 후에는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탓에 통각 상실과 면역 억제 등 생체 리듬이 깨지고 그로 인해 산채로 온몸이 썩어가며 일생을 마친답니다. 연어의 사체는 부화한 치어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고 하니 일종의 모체포식일 수도 있겠네요.
종족 유지를 위해 유전자에 각인시켜 놓은 본능인 ‘종의 기억’, 연어의 회귀도 종의 기억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요. 어느 분의 글을 읽다 코카니 연어(Kokanee Salmon)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로 나가길 거부하고 담수에서만 생활하다 일생을 마감하는 연어라고 합니다. 처음엔 연어 중 일부가 그런 선택을 하고 그 부류를 일컫는 용어인 줄 알았습니다. 각인된 유전자를 거부하는 연어계의 반항아? 세상이 그어 놓은 선 안에서만 살아온 제게는 이런 류의 일탈이 부럽기도 합니다.
검색해 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네요. 15,000년 전, 북미 북부 전역에 얼음 융해로 담수 호수가 생겼을 때 호수에 남게 된 종이 따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담수에 갇혀 유전자에 새겨진 회귀본능이 사라진 것이지요. 산란기에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더라도 바다를 선택한 종과 담수를 선택한 종 사이에 종교배가 일어나지 않아 유전적으로 종분화가 진행된 결과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견도 있다네요. 무언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었는데 결국 의지 일도 없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고 결과여서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유전자와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지방 출신인 저도 늘 회귀를 고민합니다. 수구초심이라기보다는 그곳에 노부모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자식 손 마다하며 두 분이 생활하고 계시지만 자식으로서 울타리가 되어드리지 못하는 죄스러움이 있습니다. 속초로의 귀향은 경제적으로 완전한 은퇴를 의미합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사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집사람이 퇴직하는 5, 6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인데 그때까지 두 분만의 생활이 가능할지 불안하기만 하네요. 일탈한 것도 아니면서 이룬 것도 없으니 뒤돌아보면 헛웃음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