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나원!”

사람 이야기

by 오세일

딸아이가 다니던 직장 사장이 친구입니다. 친구라기보다는 동창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아이가 입사하고 1년이 조금 더 지날 무렵 한 정부부처에서 차관으로 근무하던 친구를 결혼식장에서 만났습니다. 곧 공직생활 마무리하고 산하기관으로 옮긴다더군요. 산하기관이 스무 곳 가까이 되는 부처라 설마 했었는데 딸아이의 회사 사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친구도 다른 동창들의 입을 통해 딸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사장님이 불러 인사했다고 딸아이가 전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장님이 아빠친구라는 사실을 직원들이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더군요.


본사가 있는 전주에서 직장도 생활도 만족해하며 지내던 아이가 신임사장의 첫 인사조치로 인해 부서를 옮겨야 했습니다. 부서에서 누군가는 나가야 했고 말단인 아이가 대상이 되었나 봅니다. 새로운 부서에서 사람과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며 1년을 보낸 아이가 본사가 있는 전주를 떠나 집 인근에 있는 본부를 지원했습니다. 마침 그 본부에는 연한이 돼 다른 본부로 옮겨야 할 직원이 있었기에 아이는 전보가 확실하다며 혹여라도 청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인사발령 명단에 아이가 없었습니다. 발령을 믿고 있던 아이의 상심이 컸지만, 내년을 기약하자는 말 외에 달리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며칠 후, 인사발령에서 제외된 이유를 아이로부터 전해 듣고는 경악했습니다. 딸아이가 명단에 포함돼 결재가 진행되던 중 인사담당 임원이 딴지를 걸었답니다. 딸아이가 가야 할 자리에 있는 직원이 최근에 결혼했는데 사장이 그 결혼식의 주례를 봤었나 봅니다. 임원은 사장과 그 직원이 친분이 있다고 지레짐작하고는 인사발령 명단에서 딸아이의 이름을 뺀 것입니다. “세상 참나원!”, 어머니께서 어이없는 일 당할 때마다 하시던 말씀입니다.


회사에서 마음이 떠난 아이가 두어 달 고심하더니 2, 3년 준비해 자격증 따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딸아이가 취업했을 때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인생 숙제 하나를 해결한 듯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세대에게 결혼이야 선택사항이니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한다면 인생 어찌어찌 살아가지 않겠나 하는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고작 3년 만에 다시 원점이 되었습니다. ‘인생’, 기대대로 되면 그게 인생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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