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의 검’이라 불린 사나이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신흥 이슬람 세력이 짧은 기간에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동로마제국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슬람에 ‘할리드 이븐 알 왈리드’ 장군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585년, 메카의 한 부족장 아들로 태어난 할리드는 메카의 지배층이 그랬듯이 이슬람에 적대적이었습니다. 할리드는 625년에 벌어진 우후드 전투에서 대활약하며 이슬람에 패배를 안겼지만, 먼저 이슬람으로 개종한 동생의 설득으로 무함마드를 만난 뒤 무슬림이 됩니다.


629년, 이슬람이 동로마제국의 속국인 가산왕국을 공격합니다. 동로마제국군 1만 명과 3천의 이슬람군이 마주한 무타크 전투에서 이슬람은 총사령관을 포함해 3명의 지휘관을 잃고 참패합니다. 할리드가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패전한 이슬람군을 이끌고 무사히 철수합니다. 무함마드가 할리드에게 ‘알라의 검’이란 칭호를 줍니다.


632년, 무함마드가 죽고 우마이야 왕조가 시작되는 661년까지 이슬람은 ‘신의 사도(무함마드)의 대리인’이란 의미의 ‘칼리파’가 통치하는 정통 칼리파 시대를 시작합니다. 초대 칼리파인 아부 바크르는 즉위와 함께 이슬람에 굴복했던 아랍 부족의 배교와 반란에 직면합니다. 아라비아반도에서 벌어진 ‘릿다 전쟁’은 할리드의 활약으로 불과 3개월 만에 이슬람이 승리합니다.


반란을 진압하고 아라비아반도를 다시 통일한 이슬람은 633년부터 페르시아 공략을 시작합니다. 페르시아를 상대로 두 번의 전투에서 승리한 할리드의 이슬람군은 메소포타미아 하류를 점령하고, 이어 벌어진 피라즈 전투에서 15,000명의 이슬람군으로 10배가 넘는 150,000명의 페르시아-동로마제국 연합군을 격파합니다. 이 전투의 승리로 이슬람은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차지하고 페르시아 수도인 크테시폰을 위협합니다. 634년, 팔레스타인에서 레반트 지역의 패권을 놓고 동로마 제국과 대치한 이슬람은 할리드를 파견합니다. 먼저 가산왕국을 멸망시킨 할리드는 아자나단 전투에서 150,000명의 동로마군을 제압하고 다마스쿠스를 점령합니다.


634년, 아부 바크르가 죽고 할리드의 사촌인 우마르가 2대 칼리파가 됩니다. 우마르는 할리드를 총사령관에서 해임합니다. 할리드의 연이은 승전이 신의 뜻이 아니라 할리드의 공으로 인식하는 여론에 대한 견제였습니다. 할리드의 능력을 잘 아는 신임 총사령관 아부 우바이다는 할리드를 중용했고, 동로마군이 베이루트에 집결하자 할리드를 파견해 격파합니다. 636년, 할리드는 다마스쿠스 북쪽에 있는 에메사(시리아 홈스)를 포위해 함락시킵니다. 이라클리오스 황제가 에메사를 구원하기 위해 동로마군을 소집해 친정합니다. 두 세력이 야르무크 강변에서 마주합니다. 야르무크 전투에서 이슬람은 결정적 승리를 거두고 레반트 지역을 확보합니다. 이어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이듬해 항복을 받아내 이슬람이 예루살렘의 새 주인이 됩니다.


637년, 이슬람은 에메사 북쪽의 알레포를 점령하고 아나톨리아반도를 방어할 전략적 요충지인 안티오크를 공략하자 이라클리오스 황제가 다시 친정하지만, 할리드의 이슬람군에게 패하고 안티오크를 잃고 맙니다. 638년, 이슬람군이 아나톨리아 반도의 동쪽으로 진출합니다.


사산왕조 페르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동로마 제국을 구한 이라클리오스 황제, 그러나 그의 말년에 새롭게 등장한 이슬람 세력에 의해 모든 걸 잃고 맙니다. 평생 전장을 누비며 수복했던 영토, 일생을 들어 정진했던 성과가 짧은 순간에 사라지는 걸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좀 더 혈기왕성했던 시기에 직접 전투를 지휘하며 할리드와 마주하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요?


632년부터 638년까지 100여 차례의 전투에서 단 한 번의 패전 없이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끈 ‘할리드 이븐 알 왈리드’는 이슬람의 전설이 됩니다. 633년의 피라즈 전투, 634년의 아자나단 전투, 636년의 야르무크 전투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이슬람군이 패했다면 현대의 역사도 많이 달라졌겠지요. 마치 명랑해전에서 조선수군이 왜군에 궤멸돼 한양까지 수로가 열렸다면 어찌 되었을까? 하는 상상과도 같은 거겠지요.


642년, 할리드가 죽음을 앞두고 전장에서 죽지 못함을 한탄하자 그의 부인이 한 말이랍니다. “‘알라의 검’이 전쟁에 패해 죽는다면 그 모양이 어찌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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