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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 제를 선양하다!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기원전 547년, 제장공이 최저의 아내와 사통하다 최저에게 죽고 동생인 공자 저구가 군위에 올라 제경공이 됩니다. 어린 나이에 군위에 올라 간신을 가까이하고 주색을 즐겼던 지극히 평범한 재능의 제경공이 제나라를 다스리고 동쪽의 패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안영을 중용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안영은 관중의 계보를 잇는 제의 명재상입니다. 제경공은 안영의 직언을 잘 참아내며 가까이 둡니다. 제경공과 안영의 많은 일화가 전해집니다.


어느 날 수레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걸 보고 제경공이 누군지 궁금해합니다. “양구거일 겁니다. 무더운 날 말을 빠르게 몰면 상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데 누가 감히 그리하겠습니까?” 안영이 총애를 받던 간신 양구거의 방자함을 비난한 것인데 제경공이 두둔합니다. “양구거는 나와 조화를 이루는 자요.”


“이런 경우 마음이 잘 맞는다고 하지 조화를 이룬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군신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서로 달라 부족한 것을 보완해 완벽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양구거는 군주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눈에 들려고만 하니 어찌 조화를 이룬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날 혜성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제경공이 제사를 올려 혜성의 불길한 징조를 몰아내라 명령하자 안영이 말합니다.


“혜성이 나타나는 것은 하늘의 뜻입니다. 하늘이 인간 세상의 변화를 예견하고 혜성으로 불경한 자들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임금께서 덕으로서 선정을 펼치면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혜성의 피해는 자연히 없어지게 됩니다. 반면 향락을 즐기고, 소인배를 가까이하고, 어진 신하를 배척하면 제사를 지내더라도 혜성의 불길한 기운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훗날 양구거가 죽자 제경공이 안영을 불러 자신에게 충성을 다했던 양구거를 위해 성대한 장례를 지시합니다.

“옛말에 신하가 군주에게만 정성을 다하면 이는 불충이고, 자식이 제 부모에게만 정성을 다하면 이는 불효이며, 아내가 지아비에게만 정성을 다하면 이는 질투라고 했습니다. 진정한 충성은 부모형제를 사랑하고, 군신간의 예의를 지키고,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고, 제후들과는 신용을 지키도록 군주에게 권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효성은 윗사람 모두를 공경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자애롭고, 친구에게는 신용을 지키는 것입니다. 양구거는 오히려 군주의 시야를 가려 다른 사람이 충성할 기회를 막은 것과 같습니다.”


안영의 말을 듣고 난 제경공이 명령을 거둡니다. 한 번은 제경공이 과음으로 인해 3일 동안 일어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옛날 선인들은 술을 마셔도 기분이 좋은 정도에서 그쳐 술로 인해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임금께서 모범을 보여야 정치에 불만을 품는 자가 없고 그래야 모반하는 자가 없습니다. 임금께서 과음으로 정신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백성들이 동요하고 신하들도 쉽게 불법을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임금은 덕을 잃게 되고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됩니다.”


당시 패권국은 초나라여서 많은 나라들이 초에 사신을 보냅니다. 제경공은 명성이 높은 안영을 사신으로 보냅니다. 초는 안영을 제압하기 위해 성문 옆에 5척 단신인 안영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놓고 그곳으로 들어오게 합니다. “개가 사는 나라에 왔다면 개구멍으로 들어가야겠지만 사람 사는 나라에 왔다면 성문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초영왕이 안영의 작고 볼품없는 외모를 보고 제나라엔 인물이 없냐고 묻습니다. “제나라에는 사신 보내는 법도가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현명한 나라에,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은 나라에 사신으로 보냅니다. 큰 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는 대인을, 작은 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는 소인을 보냅니다. 신은 제나라에서 어리석은 소인이라 우리 임금께서 초에 사신으로 보냈습니다.”


이때 죄수를 끌고 가는 무리가 있어 왕이 죄수의 국적을 묻자 제나라 사람이라 답변합니다. 안영을 궁지로 몰기 위한 연출로 제나라 사람들은 다 도둑이냐고 왕이 묻습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됩니다. 이는 기후와 토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나라에 도적이 없습니다.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도적이 된 것은 초나라의 기후와 토질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초영왕이 안영에 대한 예를 갖춥니다.


안영이 국위를 선양하고 돌아오자 제경공이 그를 재상에 임명합니다. 어느날 늙고 못생긴 안영의 부인을 본 제경공이 자신의 딸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여자가 정성으로 남편을 섬기는 것은 자신의 외모가 추하게 변할지라도 버리지 말라는 부탁과 같습니다. 신의 아내가 비록 늙고 추하나 어찌 버릴 수 있겠습니까?” 안영의 답변을 들은 제경공이 찬탄합니다. “아내도 버리지 않는 안영이 어찌 임금을 버리겠는가!”


사마천이 사기에 적습니다. "안자(안영)가 살아있다면 그의 마부가 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흠모한다." 신하로서 안영은 춘추 후반기를 장식하는 독보적 존재입니다. 제경공과 함께 많은 일화를 남겼고 그의 이야기를 모은 안자춘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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