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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Dec 29. 2022

군주의 허영, 백성의 눈물

역사 이야기

기원전 540년,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초영왕은 패권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오나라를 제압해 양자강을 중심으로 하는 패권을 차지하고, 중원의 패자인 진(晉)나라와 자웅을 겨루려 합니다. 그러나 신흥 오나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자 다른 방법으로 초나라의 국력을 과시합니다.


훗날 진시황의 아방궁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의 장화궁(章華宮)을 짓습니다. 외국 망명객을 수용할 목적이었지만, 미모의 여인들을 뽑아 환락의 장소로도 활용합니다. 가운데 있는 장화대는 매우 높아 세 번을 쉬고서야 오를 수 있다고 해서 삼휴대(三休臺)라고도 부릅니다. 초영왕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가는 허리를 좋아합니다. 허리가 가는 여인들을 뽑아 장화궁에 거처하게 합니다. 그런 이유로 세요궁(細腰宮)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로 인해 초나라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가는 허리가 유행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로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초영왕이 제후들을 초청해 장화궁을 자랑합니다.


장화궁 소식을 들은 중원의 패자 진나라 진평공은 초영왕에 대한 호승심이 생깁니다. 남쪽 오랑캐인 초나라도 화려한 궁궐을 지었는데 진나라는 그만 못하냐며 대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탄합니다. 대부 양설힐이 말합니다.


“패자는 화려한 궁궐이 아니라 덕으로 제후를 거느립니다. 초나라가 장화궁을 지어 권위를 드러내려 한 것은 스스로 덕이 부족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초나라를 부러워할 것 없습니다.”


평범한 크기의 군주였던 진평공이 귀를 닫습니다. 사기궁(虒祁宮)이라는 궁궐을 새로 지어 제후들을 초청합니다. 위세에 눌려 제후들이 진나라를 방문하지만, 속으로는 진평공을 비웃습니다.


기원전 532년, 사기궁을 완성한 지 3년 만에 진평공이 죽습니다. 고작 3년을 누리고자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 결과가 되었습니다. 선왕인 진도공이 이룬 패권은 진평공 대에 급격히 약화됩니다. 초영왕도 겨울철에 무리하게 서나라를 공격하다 동생들이 일으킨 반정으로 몰락해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합니다.


군주의 허영과 허세는 백성의 눈물이 되고 고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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