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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an 03. 2023

개념상실의 대가

역사 이야기

중원의 강자인 진(晉)나라는 초나라와 벌인 ‘필의전투’의 패배로 초에 빼앗긴 패권을 되찾고자 합니다. 그러나 초장왕의 초나라가 너무 강해 진(秦)나라나 제나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관계가 좋지 않은 진 대신 제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기원전 592년, 진나라는 극극을 제에 보냅니다. 극극은 제로 가는 길에 노나라에 들러 노의 협력도 요청합니다. 극극은 노의 계손행보와 함께 제로 향합니다. 마침 위나라 손양부와 조나라 공자 수도 사신으로 와 넷은 함께 제경공을 알현합니다. 우연하게도 네 사신은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극극은 외눈, 계손행보는 대머리, 손양부는 절름발이, 공자 수는 꼽추입니다. 사신들의 모습을 본 제경공이 속으로 웃습니다. 제경공의 모친인 소태부인은 남편이 죽고 나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제경공은 사신들을 어머니에게 보여 웃음을 주기로 합니다.


제경공은 사신들을 연회장소로 데려올 수레에 같은 장애가 있는 마부를 뽑아 보냅니다. 연회장으로 가는 길목에 소태부인을 데려다 몰래 구경시킬 계획입니다. 상경인 국좌가 외국 사신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며 말리지만 듣지 않습니다. 사신들은 수레를 끄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장애가 있는 것을 보고는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연회장으로 가는 이들의 행렬을 숨어서 지켜보던 소태부인이 박장대소합니다. 이 웃음소리를 사신들이 듣습니다. 연회장에 도착해 서로의 마부를 본 사신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소태부인의 웃음거리로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네 사신은 입에 피를 바르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기원전 589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극극이 진군을 이끌고 노, 위, 조와 함께 제나라로 진격합니다. 첫 전투에서 패한 제경공은 봉축보와 옷을 바꿔입고 달아납니다. 극극이 봉축보를 죽이라 명하자 봉축보가 외칩니다. “나는 임금을 구하려다 충신으로 죽는다. 앞으로 진나라에는 목숨을 바쳐 임금에게 충성하는 자가 없을 것이다.” 극극이 봉축보를 살려 줍니다. 네 나라 연합군이 제나라 도읍으로 진격합니다. 제경공은 국좌를 보내 제나라의 두 보물을 진나라에 바치고 제가 빼앗은 노와 위 땅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화친합니다.


본분을 망각한 제경공의 경망스런 행동은 네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결국엔 굴욕적인 화친으로 끝을 맺습니다. 군주의 효란 부국안민입니다.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기업을 확고히 하고 더욱 강하고 안정된 나라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군주 된 자의 효라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제경공으로 인해 수많은 백성이 부모와 자식을 잃고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바뀌어도 리더의 책임과 의무는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에 대한 개념과 용어는 당대를 기준으로 합니다. 더하여 탈모는 장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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