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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an 04. 2023

조가(趙家)의 지난(至難)한 기록

역사 이야기

기원전 620년, 춘추 두 번째 패자인 진문공의 손자 이고는 아버지 진양공이 죽자 어린 나이에 군위를 잇습니다. 진영공 이고는 장성하면서 혼군이 됩니다. 환관인 도안가를 총애하며 사치스럽고 사람을 함부로 죽입니다. 학정이 계속되자 진문공이 이룩한 패업은 무너집니다. 노신 조돈이 진영공을 바로잡기 위해 충언합니다. 충언이 귀찮은 진영공과 도안가는 서예라는 수하를 시켜 조돈을 죽이려 합니다. 서예는 날이 새기도 전부터 의관을 정재하고 충언하기 위해 입궁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조돈의 충성심에 감동해 자객을 조심하라고 경고한 뒤 자살합니다. 주위의 만류에도 입궁한 조돈은 또다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결국 망명길에 오릅니다. 기원전 607년, 조돈의 조카 조천이 진영공을 죽입니다. 망명가다 돌아온 조돈이 진영공의 시신 앞에서 통곡합니다. 어린 군주를 세워 혼란을 겪었던 대신들은 주나라에 있는 진문공의 아들 흑둔을 군위에 올려 진성공이 됩니다. 조천이 도안가를 죽이려 하나 조돈이 말립니다. 도안가도 조씨 일족을 정성껏 섬겨 목숨을 부지합니다.

조돈이 사관인 동호를 불러 선군에 대한 기록을 봅니다. “조돈이 도원에서 군주를 죽였다”고 적혀있자 자신은 이백 리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동호에게 항의합니다. 동호는 조돈이 국내에 있었고 조천을 벌하지 않았으니 자신의 기록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정승의 권한으로 목을 자를 순 있어도 기록을 고칠 순 없다고 강변합니다. 조돈이 한탄하며 돌아갑니다.


진성공이 딸 장희를 조돈의 아들 조삭에게 시집보냅니다. 진성공 3년에 조돈이 죽습니다. 4년 후 진성공이 죽고 아들 누가 군위를 이어 진경공이 됩니다. 진경공 3년에 진나라는 초장왕의 초나라와 결전한 필의 전투에서 참패합니다. 진경공은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조씨에 대해 원한을 갖습니다.


도안가가 다시 아첨으로 진경공의 신임을 얻습니다. 진경공이 도안가를 시켜 조씨 일족을 도륙합니다. 도안가는 조삭의 아내이자 진경공의 누이동생인 장희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복중의 아이를 죽여 후환을 없애려 합니다. 그러나 조삭은 죽기 전에 장희를 궁궐로 보내 도안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장희가 아들을 낳아 조무라 이름 짓습니다. 딸을 낳았고 아이는 곧 죽었다고 소문냈지만, 도안가는 의심을 거두지 않습니다.


조씨의 문객인 정영과 공손저구는 조무를 빼돌려 훗날 조씨의 복수를 하려 합니다. 공손저구가 정영의 아들과 함께 숨습니다. 정영이 도안가를 찾아가 두 사람을 밀고합니다. 도안가가 공손저구와 가짜 조무를 죽입니다. 도안가의 감시가 풀렸고, 한궐의 도움으로 궁궐을 나온 조무를 데리고 정영이 잠적합니다.


진경공이 죽고 아들 진여공이 군위에 오릅니다. 기원전 575년, 초나라와 벌어진 언릉의 전투에서 진나라가 승리합니다. 교만했던 진여공은 초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자 자만합니다. 대부들을 몰아내고 사랑하는 여인들의 형제들을 대부로 임명합니다. 권력을 잃은 대부들이 봉기해 진여공을 죽이고 진문공의 증손인 주를 데려와 군위에 올립니다. 진도공 주는 열네 살이었지만 현명합니다. 중군 원수가 된 한궐이 조씨의 복원을 요청합니다. 진도공이 승낙하자 한궐은 잠적한 정영을 찾아 장성한 조무를 데려옵니다. 진도공이 조회에 참석한 대신들에게 조무를 소개하고 역시 조회에 참석해 있던 도안가의 목을 베고 일족을 도륙 냅니다. 피의 복수를 마무리한 조무는 도안가의 목을 제물로 아버지 조삭의 무덤에 제사 지냅니다. 진도공이 정영에게 벼슬을 주려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했으니 이제 공손저구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조무는 부친에 대한 예로서 정영을 장사지냅니다.


조가에 대한 정영과 공손저구의 충절,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자식까지 희생시키며 지키려 했던 그 충절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집착이 어리석어 보이다가도 주군으로 모시다가 그 효용이 다하면 언제든지 밟고 지나가는 요즘의 정치행태와 비교하면 그들의 충절을 어리석음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가슴 저미는 무언가가 남습니다.


조가의 오랜 고난은 사필귀正으로 끝맺습니다. 조가의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권력투쟁에서 正을 규정한다는 것이 모순일 수 있습니다.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윤정부의 사필귀정은 어떤 형태로 끝맺을까요? 지지 성향에 따라 다른 正을 꿈꾸겠지만, 어느 쪽이 됐든 그 결말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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