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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an 08. 2023

혼군(昏君)이 만든 참극

역사 이야기

강남의 패권국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자 중원의 패권국 진(晉)나라는 초를 따르는 위와 조를 공격해 송을 구하려 합니다. 위와 조는 진문공이 19년 망명생활 중에 들렸을 때 박대했던 구원이 있기도 합니다. 먼저 진군이 위를 공격합니다. 위나라는 진문공을 박대했던 위문공이 죽고 아들 위성공이 군위에 있습니다. 위가 진에 화평을 청하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위성공은 대부 원훤과 동생 숙무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양우 땅으로 도망갑니다.


기원전 632년, 진나라가 초나라를 상대로 벌인 ‘성복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천토의 회맹’을 열어 모든 나라의 제후들을 초청하지만 위성공은 부르지 않습니다. 절망한 위성공은 동생 숙무에게 군위를 잠시 넘기고 대부 원훤에게는 회맹이 열리는 천토에 가서 진문공에게 자신의 복위를 청원하도록 지시하고는 진(陳)나라로 망명합니다. 그러나 숙무는 형이 살아있는데 군위에 오를 수 없다며 섭정의 자리에만 섭니다. 원훤은 아들 원각을 위성공에게 보내 모시게 합니다. 아들을 인질로 보내 위성공의 의심을 없애려 한 것입니다. 이어 숙무와 함께 위성공의 복위를 부탁하기 위해 천토로 떠나려 합니다.


이때 천견이라는 자가 원훤을 찾아와 이번 기회에 숙무를 군위에 올리고 재상이 되라고 충동질합니다. 원훤이 말합니다. “나에게 위성공은 임금이오. 천토에 가는 것은 오직 임금의 복위를 위해서일 뿐이오.” 천견의 입장에선 이미 뱉어낸 말이 족쇄가 됩니다. 위성공이 복귀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게 된 천견이 위성공을 찾아가 숙무와 원훤이 천토에 가는 것은 위나라를 차지할 목적이라고 이간질합니다. 대부 영유와 원각이 의심하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원래 의심이 많은 위성공은 몰래 천토로 사람을 보내 숙무와 원훤의 행동을 염탐하게 합니다.


천토에 도착한 숙무는 위성공을 대신해 제후들의 끝자리에서 회맹에 참석합니다. 회맹이 끝나고 숙무는 진문공을 만나 위성공의 복위를 눈물로 호소합니다. 진문공은 숙무의 충성에 감동하면서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습니다. 결국 숙무와 원훤은 빈손으로 귀국합니다. 위성공이 파견한 사람도 돌아가 숙무가 제후의 일원으로 회맹에 참석했던 사실을 전합니다. 위성공은 숙무가 군위를 차지한 것으로 오해하고 홧김에 원각을 죽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원훤이 탄식합니다. “내 아들의 죽음은 그것이 운명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사로운 원한일 뿐 나라의 일에 앞설 순 없다. 비록 군주가 신하를 저버린다 한들 신하가 어찌 군주를 저버릴 수 있으리오.”


이어 원훤은 숙무와 함께 위성공의 복위를 탄원하는 서신을 진문공에게 보내고 감동한 진문공이 복위를 허락합니다. 숙무가 위성공의 귀국을 위해 수레와 사람을 보냅니다. 다급해진 천견이 숙무가 보낸 사람을 믿지 말라며 충동질합니다. 의심병이 다시 도진 위성공이 영유를 보내 숙무를 만나게 합니다. 영유가 돌아와 숙무의 충심을 전합니다. 천견은 숙무와 영유 사이에 음모가 있을지도 모르니 정해진 귀국일보다 먼저 귀국하라는 것과 자신이 앞장서 혹시 있을지 모를 음모에 대응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위성공보다 먼저 궁성에 들어간 천견이 소식을 듣고 뛰어나오던 숙무를 활로 쏩니다. 원훤이 달려와 숙무의 죽음을 확인합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던 원훤이 숙무의 죽음 앞에서 한계를 절감합니다. 원훤은 위성공에 대한 충성을 접고 복수를 다짐하며 진(晉)나라로 달아납니다. 위성공이 뒤늦게 후회하고 천견을 죽이나 죽은 숙무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진나라에 도착한 원훤은 진문공을 만나 위성공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진문공도 천토의 회맹에 참석해 제후들과 맹약했던 숙무를 죽인 위성공의 죄를 묵과할 수 없습니다. 진문공이 회맹을 열어 참석한 위성공을 감금하고 독살하려 합니다. 그러나 영유가 옆에서 위성공을 지킵니다. 위나라로 돌아온 원훤은 숙무의 동생인 공자 하를 군위에 세우고 자신은 재상이 됩니다. 대신들이 협력하자 위나라는 곧 안정을 찾습니다.


영유의 노력으로 죽음을 모면한 위성공은 노나라의 주선으로 귀국합니다. 위나라로 몰래 잠입한 위성공 일행은 원훤을 암살하고 궁궐을 습격합니다. 군위에 있던 공자 하와 그의 동생 공자 의도 자살하거나 살해당합니다. 결국 위성공은 세 명의 동생과 충신이었던 원헌 부자의 피로 얼룩진 권좌로 복귀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로도 위성공은 30년이나 더 군위에 있다 천수를 다하고 죽습니다.


인간의 선악이 행불행과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건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유난히 사악하고 경박한 유전자로 인해 위나라는 위혜공 삭으로부터 시작해서 두 명의 군주가 국내외에 병립하는 사례가 춘추가 끝날 때까지 무려 네 차례나 반복됩니다. 일가를 거느릴 능력도 안 되는 자가 일국의 군주가 되었으니 그에 따른 고통은 오로지 신하와 백성의 몫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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