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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an 12. 2023

상생하는 정치가 그립다.

역사 이야기

기원전 48년, 그리스 북쪽에 있는 파르살루스에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가 로마의 명운을 걸고 마주합니다. 이탈리아 북동쪽에서 아드리아해로 흐르는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에 대한 반란을 공식화하기 전, 카이사르는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갈리아 원정 8년 동안 카이사르의 부사령관이었던 라비에누스는 폼페이우스를 선택해 이탈합니다. 카이사르는 라비에누스가 남기고 간 개인 물품을 보내주는 것으로 가장 신뢰했던 부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파르살루스 전투 이전에 이탈리아와 이베리아에서 벌어진 전투의 수많은 포로에게도 선택권을 줍니다. 그리고 이어진 파르살루스 전투에서 카이사르는 절대 열세를 극복하고 당대 최고의 명장이라 평가하는 폼페이우스에게 승리합니다.


기원전 615년, 진(晉)나라는 진(秦)나라가 침입하자 공석인 벼슬자리를 채워 싸움을 준비합니다. 상국인 조돈은 문객으로 있던 한궐을 사마 자리에 천거합니다. 모든 배치가 끝나자 진군이 출정합니다. 이때 병거 한대가 행군 중인 군중을 뚫고 지나갑니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입니다. 한궐이 병거의 어자를 잡아 치죄하려 하자 어자는 조돈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항변합니다. 한궐은 상국과의 일은 모르고, 사마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어자를 죽이고 병거를 부숴버립니다. 이 사실이 조돈에게 전해지자 주변 장수들은 배은망덕한 한궐을 불러 벌하라고 아우성입니다. 조돈이 한궐을 불러 했다는 말입니다. “천거한 보람을 느낀다!”


기원후 200년, 조조의 2만 군과 원소의 10만 군(삼국지연의에는 조조 7만, 원소 70만)이 관도 일원(허난성 정저우시 중무현 인근)에서 한나라 이후의 패권을 놓고 결전을 준비합니다. 관우가 원소의 장수 안량과 문추를 죽여 천하에 이름을 알리고 조조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백마전투도 관도대전의 한 부분입니다. 원소는 조조와의 결전을 앞두고 서기인 진림에게 조조의 죄를 꾸짖는 격문을 쓰게 합니다. 한나라 말기는 환관의 폐해가 극심하던 시기입니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환관인 조등의 양자입니다. 진림이 조조의 아픈 곳을 건드려 격문을 작성합니다. 두통으로 누워 있다 격문을 읽은 조조가 “온몸에 소름이 돋고 진땀이 흘러 아프던 두통도 싹 가셨다.”며 격문을 평가합니다. 관도대전에서 패한 원소가 병으로 죽고 조조가 원소의 근거지인 기주성을 함락시킵니다. 이때 기주성에 있던 진림이 사로잡힙니다. 조조가 묻습니다.


“나의 죄상만 말하면 되지 어째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욕했느냐?”

“시위를 당긴 화살은 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문사의 글은 활시위에 놓인 화살과 같아 주군이 쏘면 날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조조가 그의 재주를 아껴 등용합니다.


정치가 혼탁합니다. 죽여야 사는 정치가 아니라 상생하는 정치가 그립습니다. 어쩌면 맹목적 지지가 만든 참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통 큰 정치인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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