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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an 14. 2023

세상이 다 아는 것, 후보만 모르는 것

선거 이야기

지난 지방선거 때 수도권의 한 소도시에서 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분이 있었습니다. 이분의 스팩은 시장이나 국회의원에 도전해도 충분했지만, 당선이 절실했던지 시의원 출마도 고려하며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시장은 낙선, 시의원은 당선이라 결론 내리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물어왔습니다. 재고의 여지 없이 최선은 불출마이고 최악은 시의원 출마이니, 당내 입지 때문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면 시장 출마를 권했습니다. 이분의 기대와는 달리 어느 쪽도 당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의원 낙선에서 오는 정치적 손상을 고려한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시장출마가 그나마 차악이라 말씀드렸지만, 이분은 시의원 낙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의원에 출마했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득표율로 낙선했습니다. 큰 충격에 빠진 이분이 결과를 어찌 그리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냐고 물어왔습니다.     


‘세상이 모르는 걸 저 혼자 안 게 아니라, 세상이 다 아는 걸 후보님만 모른 것’이라 말씀드렸더니 이내 수긍하더군요.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시던 이분이 며칠 전 전화로 출마 계획을 말씀하시며 도와달라시더군요. (그런 수모를 당하시고도) 또 출마하시려고요? 괄호 속의 내용을 직접 표현은 안 했지만 아마도 제 목소리에 담겨 있었나 봅니다. 휴대폰 너머 그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촉촉해진 목소리로 제게 말해왔습니다. “공직선거 당선은 제 평생의 꿈입니다. 이루고 못 이루고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 꿈을 포기하라는 것은 제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당황해 틈나는 대로 찾아뵙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공직선거에 도전하는 모든 분들의 열정을 존경합니다. 오랜 꿈 이루시는 총선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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