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되지 않는 욕정, 18禁 하희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철저하게 남성 중심 사고가 지배하던 춘추시대에 중국 전체를 뒤흔든 성스캔들이 터집니다. 정, 진(陳), 초, 진(晉), 오나라가 관련되고 훗날 초가 오로 인해 고난을 겪는 단초가 되는 사건이 기원전 600년을 전후로 일어납니다. 하희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열다섯 살에 꿈속에서 한 남자를 만나 남자의 기를 흡수하는 방중술을 배웠답니다. 이후 남자의 양기를 빨아들여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젊어졌고, 양기를 잃은 상대는 요절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정목공의 딸로 태어나 이복오빠인 공자(제후의 아들) 만과 관계를 맺습니다. 만은 3년 만에 요절합니다. 이어 나중에 군위에 오르는 정영공, 공자 송과도 각각 관계를 맺습니다. 기원전 606년 정목공이 죽고 정영공 원년에 공자 송은 정영공을 죽이고 자신 또한 죽임을 당합니다. 정나라 사람들은 공자 송이 정영공을 죽인 이유가 하희와의 삼각관계 때문이라 믿었습니다.


정목공이 생존해 있을 때 그는 하희를 멀리 떨어진 진(陳)나라 대부 하어숙에게 시집보내 그녀로 인한 우환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하어숙과 결혼한 하희는 조산아를 낳았는데 아이가 너무 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겐 그런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할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하희의 유일한 아들인 하징서입니다. 하징서가 열두 살 되던 해에 하어숙이 죽습니다.


하어숙이 죽자 친구였던 공영과 의행보가 하희에게 접근했고 하희는 차례로 그들을 받아들입니다. 하희가 성적 능력이 더 뛰어난 의행보와 가깝게 지내자 소외된 공보가 심술을 부립니다. 마음은 있으나 체면 때문에 어쩌지 못하던 군주 진영공과 하희를 연결합니다. 이후 세 군신은 몰려다니며 하희와의 추행을 즐깁니다. 추문이 담을 넘어 백성들에게 퍼지자 충신 설야가 자중할 것을 경계하나 설야를 죽여 입을 막습니다. 이들의 난행은 성장기의 하징서에게 깊은 상처가 됩니다. 진영공은 성장한 하징서에게 사마벼슬을 주어 병권을 맡깁니다. 하징서가 진영공에게 사은하기 위해 술자리를 엽니다. 술에 취하자 이들은 다시 난행을 벌였고 분노한 하징서가 병력을 동원해 진영공을 죽입니다. 겨우 몸을 피한 공영과 의행보는 초나라로 달아나 초장왕에게 하징서가 군주를 시해한 사실을 알립니다.


초나라 대부 중에 굴무라는 자가 있습니다.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우연히 하희를 본 뒤로는 마음에 그녀를 담고 있었습니다. 하희가 현실로 다가오자 굴무는 하희를 취하려 합니다. 진나라를 문죄해 천하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초장왕을 자극합니다. 초장왕이 진나라로 진격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하징서의 사지가 찢겨 죽는 날, 이 여인은 초장왕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합니다. 재위 초 3년을 주색으로 보낸 경력이 있는 초장왕이 하희의 미모에 반해 취할 뜻을 밝힙니다. 이때 굴무가 나섭니다. “왕께서 군사를 동원한 것은 하징서를 문죄하고 천하를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왕께서 하희를 취하시면 대의를 잃게 됩니다. 이는 천하의 맹주이신 왕께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초장왕이 받아들이고 하희를 놓아주라 명하자 이번에는 공자 측이 부인으로 삼겠다고 청합니다. 다시 굴무가 나서, 나라를 망치고 남자를 요절하게 하는 요물이라며 반대합니다. 공자 측이 굴무에게 소리칩니다. “그대로 인해 왕도 나도 하희를 얻지 못했으니, 그대 또한 하희를 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초장왕이 돌연 최근에 상처한 양노라는 신하에게 하희를 취하게 합니다. 초장왕의 엉뚱한 결정으로 닭 쫓던 개가 된 굴무는 원통했지만 양노가 이미 노인이라는 데 희망을 겁니다. “늙은 양노가 얼마를 버티겠는가?”


양노가 하희를 얻은 지 1년이 안 돼 죽습니다. 사망원인은 복상사가 아니라 ‘필의 전투’에서의 전사입니다. 양노가 전장으로 나가자 아들 흑요가 계모인 하희와 간통합니다. 양노의 죽음이 전해진 뒤에도 하희에 미친 흑요가 아비의 시체를 찾지 않자 세상이 둘을 비난합니다. 궁지에 몰린 하희는 양노의 시체를 찾으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친정인 정나라로 달아나려 합니다. 굴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희에게 접근합니다. 정에 가 있으면 자신도 곧 뒤따르겠다고 하자 하희가 승낙합니다. 그 사이 초장왕이 죽고 아들 초공왕이 군위를 잇습니다. 초공왕 초기에 전쟁과 관련된 중요한 일로 정과 제에 사신 보낼 일이 생깁니다. 굴무가 자원했고 왕이 승낙합니다. 정양공을 만난 굴무는 사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바로 하희를 찾습니다. 오랜 세월, 각고 끝에 하희를 얻은 굴무는 초공왕에게 사람을 보내 제에는 다른 사신을 보내라 합니다. 그러고는 초의 속국인 정을 떠나 진(晉)으로 망명합니다. 진은 초와의 ‘필의 전투’에서 패한 후 설욕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차에 굴무가 오자 벼슬을 주며 환대합니다.


초장왕이 살아 있었다면, “그놈 참!”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초공왕이 대노합니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공자 측이 피의 복수를 합니다. 굴무의 일가를 도륙 내고 흑요를 죽여 하희를 빼앗긴 앙갚음을 합니다. 일가가 도륙당한 소식을 들은 굴무도 복수를 다짐합니다. 진(晉)의 군주인 진경공을 설득해 초나라와 국경을 마주한 오나라와 국교를 맺습니다. 진으로부터 병거 쓰는 법을 배운 오는 점점 강성해져 초에 위협이 될 만큼 성장합니다. 초는 강성해진 오의 잦은 침입으로 고충을 겪습니다. 굴무는 주변 나라를 규합해 초를 압박합니다. 기원전 575년, 초와 진은 ‘필의 전투’ 이후 22년 만에 언릉에서 다시 맞붙습니다. 진의 설욕전이 된 ‘언릉의 전투’에서 초공왕은 한쪽 눈을 잃고, 술에 취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공자 측은 자살합니다. 굴무의 복수가 끝나며 하희의 긴 이야기도 끝을 맺습니다.


양노가 죽고 하희를 정나라로 보낸 굴무가 정에서 그녀를 만나기까지 8년이란 세월이 걸립니다. 그 긴 세월을 기다려 하희를 얻는 굴무, 하희를 선택한 대가로 그의 가족은 몰살당합니다. 정에서 만난 하희는 이미 오십을 넘긴 나이였다고 합니다. 일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선택한 오십 줄의 여인 하희, 그는 정말 행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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