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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an 25. 2023

두 친구 이야기

역사 이야기


전국시대 초기인 기원전 4세기를 살다 간(갔다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귀곡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해서 '귀곡자'라 불리었고, 저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찌 됐든 설득과 협상의 교과서라는 ‘귀곡자’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존 자체도 논란이 되지만 수학, 병법, 유세, 출세 등 다방면에 출중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귀곡자는 세상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며 세상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주력했다고 합니다. 귀곡자의 제자 중에 병법을 공부한 손빈과 방연, 유세법을 공부한 소진과 장의가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의형제를 맺고 먼저 출세한 사람이 서로를 끌어주기로 약속합니다.


먼저 방연이 위나라 위혜왕에게 등용돼 위군 원수가 됩니다. 춘추시대 말 오나라에 등용돼 짧은 기간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사라진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 그의 손자로 알려진 손빈이 방연을 찾습니다. 방연은 손빈을 반갑게 맞으나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손빈이 부담스럽습니다. 방연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손빈을 음해합니다. 손빈은 두 발이 잘리고 얼굴에 먹칠하는 형벌을 받습니다. 위나라에 버림받은 손빈에게 제나라가 손을 내밉니다. 손빈이 미친 척하며 방연의 감시를 느슨하게 만듭니다. 이어 제나라의 도움으로 지옥 같던 방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제위왕에게 등용돼 제나라 군사(君師)가 됩니다.


기원전 342년, 위나라와 제나라가 마릉에서 마주합니다. 손빈의 계략에 속은 방연과 위군은 절멸합니다. 마릉전투의 결과 전국시대 초기 패권을 이뤘던 위나라는 급격히 약화됩니다. 방연이 손빈을 등용했다면 전국시대의 향방은 많이 바뀌었겠지요.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마릉전투의 패배로 위나라가 힘을 잃자 전국시대 힘의 균형은 상앙을 등용해 개혁한 진(秦)나라로 급격히 기웁니다. 진을 제외한 여섯 나라는 진에 대응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시대를 맞이합니다. 그 중심에 소진이 있습니다. 귀곡자에게 유세법을 배운 소진은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여섯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는 합종책으로 여섯 나라의 재상이 됩니다. 소진의 합종책은 진의 동진을 막고 15년 동안 평화를 가져옵니다.


소진이 여섯 나라를 상대로 합종책을 이어갈 때 장의는 자신을 등용할 나라를 찾다가 온갖 고초를 겪습니다. 나락에 떨어진 장의가 소진을 찾습니다. 그러나 소진은 옛 동문을 찾아온 장의를 박대하고 모욕합니다. 분노한 장의는 가사인이라는 사람의 재정지원을 받아 진나라로 갑니다. 가사인이 재물을 풀어 진혜문왕과 만날 수 있게 돕습니다. 장의가 연횡책으로 왕의 신임을 얻어 등용됩니다. 장의가 성공하자 가사인이 작별을 고하며 자신은 소진의 사람이고 소진이 모든 것을 지원했다고 밝힙니다. 장의가 소진의 속 깊은 배려에 뒤늦게 감동합니다.


좋고 나쁨이 혼재된 사람들과 일하고, 밥 먹고, 술 마시면서도 그 끝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해 저문 저잣거리에서 마주하는 술자리가 언제나 유쾌한 이유입니다. 옛말에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고 합니다. 날 선 죽창으로 서로의 심장을 겨누는 야만의 시대. 악의 끝도 없지만, 갈등의 끝도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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