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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Feb 21. 2023

졸라가 졸라 넘쳐나는 세상을!

역사 이야기

1840년생 에밀 졸라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프랑스를 모국으로 하는 사내입니다. 부친이 일찍 죽어 가난한 유년기를 보냅니다. 성장하여 성공한 소설가가 됩니다. 자연주의 문학운동의 창시자이며 당대 유럽 문학의 독보적 지위에 오릅니다.


성공한 문학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삶은 한 사건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습니다. 1870년, 당시 유럽 최강 군사력을 자부하던 프랑스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보불전쟁에서 프랑스는 비스마르크의 프로이센에게 황제가 포로로 잡히고 파리가 함락되는 참패를 당합니다. 막대한 전쟁 배상금과 철강석의 보고인 알자스-로렌을 넘기는 조건으로 종전에 합의합니다.     


보불전쟁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프랑스는 패배의 원인을 전가할 대상을 찾습니다. 민주주의의 산실이고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톨레랑스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프랑스에서 쇼비니즘(광신적 국수주의)과 반유대주의가 만연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납니다.


드레퓌스의 재심이 공론화되자 대다수 기득권 언론과 귀족, 군부, 보수주의자의 반대여론이 극심한 가운데 소수 언론과 진보적 지식인이 재심을 지지합니다. 국가적 분위기에 맞서 재심을 주장하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1898년, 대문호로 추앙받던 에밀 졸라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 형식으로 “나는 고발한다(J'Accuse...!)”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며 진실을 요구합니다.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적 행동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군중들은 매국노로 낙인된 졸라의 모형을 불태우고 유대인을 공격하는 폭동을 일으킵니다. 군부의 고소로 졸라에게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자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합니다. 혐의가 풀려 11개월 만에 귀국한 졸라는 멈추지 않고 진실을 위해 싸웁니다. 1902년, 집에서 잠자던 졸라 부부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부인은 회복하지만 졸라는 영면합니다. 단순 사고라는 주장과 누군가의 사주로 굴뚝 청소부가 굴뚝을 막아 일어난 사고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인생의 정점에서 시대의 금기에 양심으로 저항해 행동하는 지식인의 상징이 된 졸라, 사후인 1906년 드레퓌스는 무죄 및 복권되고, 2년 뒤 졸라의 유해는 프랑스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들이 영면하는 팡테옹에 안치됩니다.     


2023년,  대한민국의 지성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나요? 유튜브에 둥지 틀고 ‘구독’과 ‘좋아요’를 팔고 있는 건 아닌가요? 벼리고 벼린 혀들이 칼춤 추며 갈등을 부추기고 조회수를 현혹하고 있습니다. 자본에 팔린 지성과 양심의 실체가 추악합니다.        


“언젠가 프랑스의 명예를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할 날이 올 것이다.” 프랑스를 넘어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모든 세계가 그를 칭송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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