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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r 05. 2023

인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

사람 이야기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를 읽었습니다. 글의 전개 방식은 사피엔스의 답습입니다. 간결한 문장과 정리된 메시지를 선호하는 제겐 역시나 읽기 쉽지 않았습니다. 재미없다거나 무익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유사한 주장의 반복이 조금은 질리게 만듭니다. 그래도 손 놓지 못하는 것은 곳곳에 있는 유의미한 정보들 때문입니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네요. 뒤통수 한 대 맞은 느낌입니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릴 ‘높은 지능’과 ‘도구 제작 능력의 진화’가 아니라 ‘여럿이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역사적으로 더 잘 협력하는 쪽에 승리가 돌아간 사례가 무수히 많고, 잘 훈련된 군대가 오합지졸을 쉽게 궤멸시키고, 단합한 소수의 엘리트가 무질서한 대중을 지배한다는 걸 몇 가지 사례를 들어 그 증거로 제시합니다.


1.8억 명의 러시아 농부들이 차르에 항거해 혁명을 일으켰을 때 러시아를 손에 넣은 건 조직력이 뛰어난 2.3만 명의 공산당원이었답니다.


루마니아의 사례는 충격적입니다. 1989년, 동유럽이 민주화하면서 루마니아도 민중들이 봉기해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몰아냅니다. 오랫동안 지배계급을 형성했던 공산당은 차우셰스쿠의 몰락을 예감한 일부 온건파가 자신들의 옛 모습을 숨기고 ‘구국전선’을 결성합니다. 민주화 이후 루마니아의 성과는 혁명에는 기여하지 않았던 ‘구국전선’의 몫이 됩니다. 모든 것이 국가소유였던 자산을 전 공산당원들에게 헐값에 매각합니다. 공산당원끼리 서로 협력해 국가 인프라와 자원을 장악합니다. 구국전선의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고 그 측근들과 가족들이 루마니아의 새로운 엘리트층으로 부상합니다. 정작 목숨을 걸고 혁명을 완성했지만, 협력하는 방법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민중에게 돌아갈 몫은 없었습니다.(호모데우스 186~195쪽 정리)


광복 이후의 대한민국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닐까요? 여야를 떠나 소수 정치 엘리트들이 정권을 바꿔가며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정치권력일 뿐입니다. 거대 양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두 세력 간 갈등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양당체제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뭘 해도 지지하는 정치팬덤이 존재하는 한 정치 엘리트들의 방종과 일탈은 계속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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