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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r 06. 2023

정치의 본질, 권력 아닌 국민

역사 이야기

전국시대 초기 패업을 이룬 위(魏)문후의 치세 때 발탁돼 업땅의 지방관으로 부임했던 서문표는 하백에게 시집보낸다는 명목으로 토호, 관리, 무속인이 결탁해 백성들을 갈취하던 관행을 뿌리 뽑은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귀신의 일로 사람의 일을 재단하는 자, 귀신으로 취급하겠다.”며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의 정점을 보여준 서문표, 종교와 정치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 지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규범이 되는 서문표, 그에겐 또 하나의 일화가 있습니다.     


사리사욕 없이 업땅을 다스리고 있는 서문표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들이 위문후에게 반복해서 전달됩니다. 청렴결백한 서문표가 중앙의 고관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기에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위문후가 서문표의 관인을 회수합니다. 서문표가 간청합니다. “관리로서 신의 문제를 알았으니 1년만 더 일하게 해주십시오. 만약 나아지지 않으면 신의 목을 치셔도 됩니다.” 업으로 돌아온 서문표는 무거운 세금으로 백성들을 착취합니다. 그렇게 모은 재물을 중앙의 관리들에게 상납하자 서문표에 대해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1년이 지나 서문표가 상경하자 위문후는 자리에서 내려와 그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서문표가 말합니다. “신이 군주를 위해 업을 다스렸을 땐 관인을 빼앗더니, 신이 군주의 측근들을 위해 업을 다스리니 저를 반기십니다. 신이 어떻게 백성을 다스리겠습니까? 관인은 반납하겠습니다.” 위문후가 깨닫고 말렸지만, 서문표는 더 이상 관직을 맡지 않고 잠적했다고 합니다.     


전국시대 초기의 패권은 위문후와 위무후의 위나라에서 제위왕의 제나라로 옮겨갑니다. 제위왕의 일화입니다. 아읍 태수에 대해선 칭찬이, 즉묵읍 태수에 대해선 비방이 계속해서 올라오자 왕은 두 고을에 사람을 보내 실태를 파악합니다. 왕이 두 지방관을 소환합니다. 왕은 즉묵읍 태수를 더 큰 고을의 지방관으로 임명합니다. 이어 가마솥에 불을 지피게 하고는 아읍 태수에게 호통칩니다. “즉묵읍 태수에겐 비방이, 아읍 태수에겐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즉묵읍은 잘 다스려져 백성들은 안락했지만, 아읍은 백성들이 굶어 죽고 있었다. 그런데도 비난과 칭찬이 끊이지 않은 것은 즉묵읍 태수는 뇌물 보내거나 아첨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아읍 태수는 그리했기 때문이다.” 왕은 아읍 태수와 아읍 태수를 칭찬했던 관리들을 차례로 가마솥에 던지는 팽형을 시행합니다. 왕의 단호한 조치로 모든 고을 관리들이 지방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니 제나라는 잘 다스려지고 모든 나라가 제나라에 복종하게 됩니다.     


군주가 있어야 나라가 있고 백성이 있다고 믿었던 시대에도 백성을 하늘로 여기는 자가 성공한 군주가 됩니다. 하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시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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