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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r 24. 2023

캠프를 보면 후보가 보인다.

선거 이야기

지난 지방선거 때 참여했던 한 캠프에서의 일입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캠프에 들어오시더니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며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십니다. 상대 후보가 우리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한 일이 있었고, 캠프에선 대응 여부를 놓고 장시간 논의한 결과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여론이 악화되면 회복할 시간적 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명자료를 낸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캠프의 선택이었지만 그분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논리에만 주목한 분노였지요. 

    

국회의원 선거의 한 민주당 캠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선을 위해 보수정당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정작 캠프에서 주목한 상대는 민주당의 왼쪽을 파고드는 진보정당 후보였습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민주당과 보수정당의 지지층은 어느 정도 고착화되었기에 진보정당의 확장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습니다. 결국 캠프는 진보정당의 확장을 저지하는 쪽으로 선거 캠페인을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캠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 후보가 예상보다 4% 더 득표함으로써 2% 차이로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진보정당을 막지 못한 게 선거의 결정적 패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 어르신의 질타가 있었습니다. 진보에 대한 집중이 보수의 이탈을 가져와 패했다는 질책이었습니다. 

    

투표는 수많은 유권자 개개인의 보이지 않는 선택이기 때문에 예측은 해도 예단은 피해야 합니다. 의사결정과정의 모호성을 온전히 제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적정성 여부는 선거 결과를 보고 분석해 볼 뿐입니다. 캠프의 선택이 항상 옳은 건 아니겠지만, 개인이 보는 것보다 더 많은 변수를 종합하고 고려해 결정하기 때문에 결과를 떠나 캠프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대게의 경우 훈수꾼들은 적극적 지지자입니다. 맘 상하지 않게 대응하고, 참고할 의견이 있으면 캠프에 검토를 지시하면 됩니다. 후보가 훈수꾼들의 참견에 휘둘려 선거를 망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본 경험이 있습니다. 캠프의 전략이 흔들리면 선거 전체의 동력을 잃게 됩니다. 캠프에 대한 후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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