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세일 Apr 05. 2023

예수의 동생이 중국에서 태어나면 벌어지는 일!

역사 이야기

1814년, 중국 광동성에서 태어난 홍수전이라는 사내가 있습니다. 중농 집안 출신으로 과거에 응시하지만, 14년 동안 번번이 실패합니다. 세 번째 낙방으로 상심한 사내는 열병을 앓으며 환몽을 체험합니다. 노인과 중년의 사내를 꿈에서 만나 위안을 얻습니다. 네 번째 낙방 후 기독교 관련 서적을 읽고 꿈을 재해석합니다. 자기가 하나님의 둘째 아들이고 예수님의 동생이라 주장하며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배상제회라는 종교단체를 만들어 포교활동을 시작합니다. 당시 청나라는 1차 아편전쟁의 패배로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영국에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백성들의 삶은 착취와 수탈로 인해 피폐했습니다. 현실은 고통이었고 미래는 어두웠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홍수전은 청나라 말기의 암울한 시대상에 기대 광서성을 근거지로 종교로서의 입지를 확장하는 데 성공합니다. 만주족의 나라인 청에 대한 한족의 반감도 세력확장의 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1850년, 종교단체로 출발한 배상제회는 세력이 커지자 정치 세력화했고 이듬해 홍수전은 태평천국을 세워 천왕에 오릅니다. 1853년, 태평천국군은 남경을 점령하고 수도로 삼습니다. 이어 청나라의 수도인 북경을 향해 북진합니다. 북벌군은 북경 바로 아래 천진까지 진출하나 천진전투에서 패해 북벌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북벌 실패와 내분은 태평천국 몰락의 원인이 됩니다. 1856년, 태평천국의 2인자였던 양수청의 세력이 커지자 위기를 느낀 홍수전은 친위 쿠데타인 천경사변을 일으켜 양수청의 일족과 휘하 병력 2~3만명을 학살하고 자신의 친족으로 지도부를 구성합니다. 1860년, 4년 동안 이어진 2차 아편전쟁이 끝나자 서양 열강이 청나라를 지원합니다. 1864년, 홍수전이 자살(혹은 병사)하고 수도 남경이 함락돼 신정국가 태평천국은 14년 만에 막을 내립니다.


태평천국으로 인한 공식적인 사망자는 2천만 명입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간접 사망자를 더하면 7천만 명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평등사회를 추구한 배상제회의 교리에 많은 중국인이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 유토피아를 구현하기 위해선 인간적 욕망을 배제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핍박받는 민중의 구세주를 자처한 홍수전, 그의 마지막은 권력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던 타락한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인간의 삶을 구원해야 할 종교와 정치가 다수의 민중을 위해 존재했던 역사가 있었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꽃보다 강렬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