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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Apr 20. 2023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사람 이야기

책에서 만난 지명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대구를 배경으로 한 박일문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월당’, 빨치산 소설 속의 ‘피아골’이 그렇습니다. 지명이 주는 독특한 어감 때문이었을까요? 반월당은 오래전 대구 여행 중 시간 내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리산은 백무동이나 음정, 뱀사골 같은 북쪽 등산로를 주로 이용하고, 중산리를 제외한 남쪽 등산로는 화엄사가 유일합니다. 화엄사와 중산리 사이의 등산로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아 미답지가 있습니다. 그중 한 곳이 피아골 계곡입니다.    

 

지난겨울 끝자락에 전주에 갔다가 시간 내 피아골을 방문했습니다. 특별한 건 없네요. 평범한 지리산 자락입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곳은 불과 70여 년 전, 현대사의 아픔이 곳곳에 새겨 있는 결코 평범할 수 없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제주도를 방문해 북촌리 4.3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영유아를 포함해 3백 명이 넘는 양민이 학살당한 현장입니다. 그날 그곳에 사상과 이념은 없었지요. 대신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공권력의 집단광기만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학살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야만의 역사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치죄입니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금기였기에 치죄는 불가하더라도 진실만은 낱낱이 규명하고 기록해야 야만의 시대가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겠지요.  

   

제주에서 지리산에서 그리고 광주에서 그랬듯이 언젠가 또다시 벌어질지 모를 이성 잃은 공권력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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