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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Apr 27. 2023

강직한 신념이 만든 정치의 정점

역사 이야기

기원전 573년, 주나라에서 나고 자란 주가 진(晉)나라 군위에 올라 진도공이 됩니다. 진여공이 폭정을 일삼다 신하들에게 죽자 뜻하지 않게 군위에 오르게 된 14살 진도공은 자신을 허수아비 임금으로 만들 계획이면 다른 사람을 군위에 올리라며 신하들과의  첫 대면에서 기선을 제압합니다. 선정을 펼친 진도공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패권을 강화합니다.     


기해라는 장수가 은퇴할 때 진도공은 후임으로 누가 적합한지 천거하게 합니다. 기해가 자신과 원수지간인 해호라는 사람을 천거합니다. 진도공이 의아해하며 원수를 천거한 이유를 묻자 기해가 답합니다.     


“신의 후임으로 적합한 자를 천거하라 하셨지 신의 원수가 누구인지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취임 전에 해오가 죽자 진도공이 기해를 불러 다른 사람을 천거하게 합니다. 기해는 해호가 아니라면 기오가 적임자라고 천거합니다. 기오는 기해의 아들입니다. 진도공이 아들을 천거한 이유를 묻자 기해가 답합니다.     

“신의 후임으로 적합한 자를 천거하라 하셨지 신의 아들이 누구인지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진도공 10년, 정나라로 출정하려 할 때 진도공의 아우인 양간이 열아홉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선봉을 자원하나 원수인 순앵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공명심에 취한 양간이 군명을 어기고 사열하고 있던 부대의 후미에 섭니다. 사마 위강이 양간을 발견하고는 군법을 시행합니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였으나 군주의 동생이라 어자의 목을 벱니다. 양간이 진도공에게 달려가 자신의 잘못은 빼고 어자를 죽인 사실만 고합니다. 진도공이 동생 사랑하는 마음에 위강을 잡아오라 명령합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진도공이 맨발로 위강에게 뛰어가 동생을 바로 가르치지 못한 잘못을 사과합니다.     


진도공이 재위 16년에 죽고 아들이 군위에 올라 진평공이 됩니다. 진평공은 아버지와 달리 정치를 어지럽혀 훗날 진나라가 삼분되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진평공이 진여공을 죽인 난씨 일족의 죄를 물어 추방령을 내립니다. 난씨 일족이 도성을 떠나고 성문이 닫힙니다. 양설직의 서자 양설호가 난씨 추종세력과 함께 성문을 부수고 도망가려다 사전에 발각돼 모두 잡힙니다. 양설호로 인해 양설직의 적자인 양설적과 양설힐 형제도 함께 잡히는 신세가 됩니다. 군주의 총애를 받던 악왕부는 양설적 형제가 어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구명하려 합니다. 양설적 형제를 찾아가 구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지만 양설힐은 악왕부의 호의에 대꾸조차 하지 않습니다. 악왕부가 무안을 당하고 돌아가자 양설적이 동생을 꾸짖습니다. 양설힐이 말합니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습니다. 하늘이 우리 형제를 버리지 않는다면 기해께서 구명해 주실 것입니다. 소인배인 악왕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진평공이 죄인 명단에 양설적 형제가 있는 것을 보고 이들 형제는 무관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악왕부가 전날 당한 수모를 앙갚음합니다. “형제보다 더한 관계가 있겠습니까?” 기오가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기해에게 양설적 형제의 위기를 알립니다. 기해는 밤길을 달려 진평공을 만난 뒤 곧바로 돌아갑니다. 진평공이 형제를 석방하고 지난날의 벼슬에 있게 합니다. 양설적이 기해에게 사은하러 갈 것을 제안하자 양설힐이 말합니다.     


“기해는 나라를 위해 신념에 따라 우리를 구명한 것이지 우리를 위해 구명한 것이 아닙니다. 사은해야 할 일이 없습니다.”     


국내에 지지기반이 없던 진도공이 짧은 기간에 국론을 통일하고 패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능력 중심의 인재 등용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진도공과 기해, 양설힐의 강직한 신념과 신념에서 비롯된 지혜의 정점이 조화된 결과입니다.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많은 정치인이 있지만, 정치적 이익에 매몰돼 부초처럼 쓸려 다니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추해 보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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