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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y 10. 2023

하나의 길

역사 이야기

초장왕 때의 이야기입니다. 왕은 영윤 투월초가 독점하던 권력을 여러 권신에게 나눕니다. 기원전 605년, 왕이 원정을 떠나자 불만을 품은 투월초가 반란을 일으킵니다. 반란군은 먼저 도성을 지키고 있던 위가를 급습해 죽입니다. 위가만 제거하면 더 이상 반란군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위가의 아들 위오는 아버지가 반란군에게 피살되자 몽택이란 곳으로 도망가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삽니다. 어느 날 위오가 밭일을 나갔다가 머리 둘 달린 뱀을 봅니다. 당시 사람들은 양두사를 보면 일찍 죽는다는 속설을 믿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위오는 양두사 본 사실을 어머니께 고하고는 더 이상 봉양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합니다.


어머니가 그 뱀을 어찌했는지 묻습니다. “뱀이 살아 돌아다니면 여러 사람이 그 뱀을 보겠기에 나 혼자 피해 보면 그뿐일 것 같아 죽여 묻어버렸습니다.” 어머니가 답합니다. “사람이 선한 마음을 품으면 하늘은 반드시 그 사람을 돕는다고 들었다. 남을 위해 양두사를 죽였으니 하늘이 어찌 너의 선한 마음을 모르겠느냐. 오히려 큰 복을 받을 것이다.”


왕이 난을 평정한 뒤에 널리 인재를 구합니다. 투씨 중 유일한 생존자인 투생이 위오를 천거하기 위해 몽택으로 옵니다. 위오가 양두사를 본 며칠 후의 일입니다.


위오를 만나 대화를 나눈 왕은 그의 식견에 감탄했고 만인지상의 자리인 영윤에 임명합니다. 영윤 위오가 나라를 다스리자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편안해집니다. 위오의 벼락출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대신들도 위오를 칭송하고 존중하게 됩니다.


며칠 사이 일어난 일들 때문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얼마나 허용될진 모르겠지만,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위오의 이야기가 언제나 정도일 순 없겠지요. 또 모든 선행이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길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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