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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y 24. 2023

正論直筆

역사 이야기

기원전 621년, 진(晉)양공이 죽고 아들 이고가 군위에 올라 진영공이 됩니다. 진영공의 나이가 어려 정경 조돈이 정치와 외교를 주도합니다. 진영공은 장성하면서 혼군이 됩니다. 간신인 도안가와 함께 사치와 살인을 일삼습니다. 조돈이 무도한 진영공을 바로잡기 위해 자주 충언합니다. 조돈의 충언이 귀찮은 진영공과 도안가는 서예라는 수하를 시켜 조돈을 죽이려 합니다. 새벽부터 의관을 정재하고 입궁할 시간을 기다리는 조돈을 본 서예는 임금의 명을 거역할지언정 충신을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돈에게 자객을 조심하라 경고한 뒤 자살합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돈이 입궁합니다. 진영공과 도안가는 무사들을 숨기고 조돈을 불러 죽이려 합니다. 그러나 주위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난 조돈은 망명길에 오릅니다. 이때 조돈의 조카 조천이 사냥에서 돌아오다 망명하는 조돈 일행과 만납니다. 조천이 조돈을 국내에 머물게 하고 군사를 동원해 진영공을 죽입니다. 조돈이 돌아와 진영공의 시체 앞에서 통곡합니다. 백성들이 조돈을 동정합니다.


어느 날 조돈이 사관인 동호를 불러 진영공에 대한 기록을 봅니다. 조돈이 도원에서 군주를 죽였다고 적혀있습니다. 조돈은 이백 리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항의합니다. 동호는 조돈이 국내에 있었고, 조천을 벌하지 않았으니 기록은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승의 권한으로 제 목을 자를 순 있어도 기록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조돈이 한탄하며 돌아갑니다.


기원전 553년, 제나라 폐세자 광은 최저의 도움으로 군위에 올라 제장공이 됩니다. 최저는 본부인이 죽자 당강이라는 절색의 과부를 부인으로 맞습니다. 제장공이 최저의 집에 들렀다 당강의 미모에 반해 최저 몰래 당강을 품습니다. 최저가 병들었다 소문내고 문병 온 제장공을 죽입니다. 시대를 떠나 최저는 죽일 만했고 제장공은 죽을 만했습니다. 그러나 불충한 신하로 기억되길 원치 않았던 최저는 진실을 왜곡하려 합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인 태사 백을 불러 “제장공이 학질로 죽었다.”라고 기록하게 합니다.


태사 백이 기록합니다. “최저가 그의 임금 광을 죽였다.” 최저가 태사 백을 죽입니다. 그의 동생 중을 불러 지시합니다. 태사 중이 기록합니다. “최저가 그의 임금 광을 죽였다.” 최저가 태사 중을 죽입니다. 그의 동생 숙을 불러 지시합니다. 태사 숙이 기록합니다. “최저가 그의 임금 광을 죽였다.” 최저가 태사 숙을 죽입니다. 그의 동생 계를 불러 지시합니다. 태사 계가 기록합니다. “최저가 그의 임금 광을 죽였다.” 질린 최저가 계에게 말합니다. “너의 형 셋이 목숨을 잃었다. 시키는 대로 써라. 살려주마.” 계가 답합니다.


“내가 맡은 직분은 사실을 사실대로 쓰는 것입니다. 직분을 잃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습니다. 당신이 나를 협박해 기록을 바꾸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기록할 것입니다. 결국 당신은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자 이제 나를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시오.”


최저가 포기합니다. 태사 계가 급히 들어오는 동료 사관 남사씨와 마주칩니다. “무슨 일로 이리 바쁘게 오시오?” “그대 형제들이 다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사건을 후대에 전하지 못할까 염려돼 달려오는 길이오.” 남사씨는 계가 보여주는 기록물을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돌아갑니다.


종이신문이 쇠퇴하고 언로가 다양해졌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들은 유튜버와 클릭수를 다퉈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자는 소멸하고 자극적인 기사로 클릭을 구걸하는 장사치만 활개 치고 있습니다. 정론직필, 진짜 기자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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