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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y 30. 2023

냉정하고, 냉철하고, 냉혹하라!

선거 이야기

선거를 위한 전략회의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각자가 경험했거나 들어 알고 있는 기존 선거에서의 성공사례와 미담을 나열하게 됩니다. 결국 선거 전략은 이러한 사례들의 재구성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떤 성공이든 그 배경에는 독자적 환경이 존재합니다. 배경이나 환경은 무시하고 결과만 일반화시켜 수용하면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벤치마킹이 유효한 전략이긴 하지만 항상 같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동일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를 만드는 건 캠프의 역량과 선거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거전략 회의의 출발점은 ‘지피지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외적환경, 내적환경, 후보역량, 캠프역량, 조직구성, 자금력 등 선거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검토 대상으로 합니다. 분석이 끝나면 분석 결과에 따라 핵심 전략을 수립하고 세부적인 전술을 덧칠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완성해 갑니다.     


그러나 ‘지피’에 대한 분석은 ‘평가절하’인 경우가 많고 ‘지기’에 대한 분석은 ‘평가절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도 현실적인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장애가 됩니다. 피아에 대한 분석은 언제나 냉정, 냉철, 냉혹해야 합니다.     


선거가 시작되면 캠프 내외의 많은 사람이 후보에게 덕담 수준의 낙관적 전망을 쏟아 냅니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진실의 환상효과(illusion of truth effect)’가 후보의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보니 후보에게 우호적입니다. 꼭 당선됩니다.”는 애교 수준이고, 어떤 분들은 근거도 없는 수치까지 언급하며 후보를 이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물론 결과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캠프의 동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승부수를 두어야 할 시점에서 몸을 사리게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합니다. 감독이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보강할 건지 그 반대로 할 건지는 경기의 흐름과 스코어를 보고 결정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판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되지 않으면 공격수를 보강할 시점에 수비수를 투입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선거란 한 명의 당선자를 가리는 피 말리는 게임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낙선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낙선’이란 사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당선자가 되기 위해서는 냉정, 냉철, 냉혹하게 분석하고 또 분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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