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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un 06. 2023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역사 이야기

기원전 200년대에 중국(전국시대)을 살다 간 한비라는 사내와 그로부터 1700여 년 후 이탈리아(피렌체 공국)를 살다 간 마키아벨리라는 사내가 있습니다. 시공을 달리해 살다 간 둘이 엮이는 이유는 ‘한비자’와 ‘군주론’이라는 제왕학의 저서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두 저서 모두 역사적 사건들을 군주의 입장에서 재해석합니다. 정치 행위를 윤리나 도덕과 분리해 철저하게 실용적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군주들은 신하들 몰래 이 책을 읽고, 신하들은 군주가 이 책을 읽지 못하게 감추었다고 합니다.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는 전국시대 말 한나라 사람입니다. 진(秦)왕 정(훗날 진시황)이 ‘한비자’를 읽고 감명받아 한비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탄식합니다. 진나라 재상 이사와 한비는 성악설의 주인공인 순자의 제자로 동문수학한 사이입니다. 진왕이 이사의 조언에 따라 한비를 얻기 위해 한나라를 공격한다는 소문을 냅니다. 한나라가 사신으로 한비를 보내고 진왕이 한비를 중용하려 합니다. 자기보다 뛰어난 한비의 등장에 이사가 위기감을 느낍니다. 이사는 한나라 왕족 출신인 한비가 한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모함해 감옥에 가두게 합니다. 이사가 은밀히 한비를 독살합니다. ‘한비자’에 세난(說難) 편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비는 세난을 쓴 자신이 화를 피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죽음을 맞습니다. 기원전 233년의 일입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법 적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할 때 자주 인용하는 한비자에 나오는 글입니다.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서민들의 간절함이 담긴 글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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