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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un 13. 2023

후보가 갖추어야 할 미덕, ‘배짱’

선거 이야기

민주당 지지자는 배신의 아이콘으로 기억하는 5선 조경태 의원이 있습니다. 1968년, 경남 고성에서 출생해 부산 사하구에서 성장합니다.     


1996년, 통합민주당 공천으로 사하갑에서 15대 총선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합니다. 상대는 신한국당의 서석재 후보였고, 15.5%의 득표율로 낙선하지만 28살의 정치 신인이 부산에서 여당 거물 정치인을 상대로 얻어낸 득표율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1997년, 통합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합당해 한나라당을 창당합니다. 이때 노무현, 김원기, 이정길 등은 합당에 반발해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만, 통합민주당의 많은 정치인이 한나라당을 선택합니다. 조의원도 이때 한나라당 당적을 갖게 됩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사하을에 공천신청합니다. 그러나 공천이 곧 당선인 부산에 정치신인이자 이적생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출마를 위해 새정치국민회의의 후신인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사하을에 도전합니다. 역시나 결과는 득표율 17.5%의 낙선이었습니다.     


2004년, 탄핵정국 때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세 번째 도전에 나섭니다. 지역구로의 전철연장이라는 공약도 유효했지만, 무엇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종웅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보수표가 나뉜 게 결정적인 역할을 해 마침내 국회에 입성합니다.     


2008년, 참여정부에 대한 저평가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은 어려운 선거를 치릅니다. 기호 1번의 통합민주당도 부산지역에서는 군소정당과 다름없습니다. 어두운 전망에도 조의원은 부산 유일 당선자가 됩니다. 전철연장이라는 참여정부의 지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친박연대가 재선 도우미 역할을 합니다.     

2012년, 새누리당과의 양자대결에서 58.2%의 높은 득표율로 승리해 자력으로 3선 의원이 됩니다. 지역구 관리에 관한 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습니다.     


2016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59.7%의 득표율로 4선 의원이 됩니다.     


2020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58.8% 득표해 5선 의원이 됩니다.     


조의원의 이력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두 차례 낙선한 선거의 홍보물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이 1996년과 2000년 선거의 홍보물입니다. 득표에 대한 유불리를 논하려는 게 아니라 이런 유형의 홍보물을 만든 후보의 ‘배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캠프는 후보의 노심초사와 마주하게 됩니다. 삼가고 조심하는 것 자체가 나쁠 리 없지만 지나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어떤 형태든 캠프가 꾸려지면 후보는 캠프를 믿고 권한을 위임해야 합니다. 후보가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결정하게 되면 캠프는 후보의 지시와 결정만 기다리게 됩니다. 결국 죽은 캠프가 되고 후보가 없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캠프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후보가 캠프 내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현장에서 유권자와 접촉해야 할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원인이 됩니다.     


캠프의 역량은 후보의 경쟁력, 경제력, 외적 환경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지만, 캠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건 전적으로 후보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한신은 항우에게도 있었고 유방에게도 있었지만, 한신을 기용해 천하를 통일한 것은 유방인 것과 같습니다.     


캠프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배짱'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세부적인 결정은 캠프에 맡기고 그 결정을 과감히 수용하는 것도 ‘배짱’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조경태 의원이 부산에서 5선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람이 가진 강점도 있었을 것이고, 의도하지 않은 운도 따라준 결과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홍보물을 낼 수 있는 ‘배짱’도 한몫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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