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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un 15. 2023

낭만적 아이러니와 오피니언 리더

선거 이야기

18c말에서 19c초에 유행했던 문예사조인 낭만주의 시대의 문학 작품 속에서 인간은 무한 능력을 지닌 초인적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현실 속 인간은 나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편적인 설명이겠지만, 낭만주의 시대의 이상과 현실과의 모순을 ‘낭만적 아이러니’라고 합니다.


선거철이 되면 공직선거를 준비하는 분들의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각종 향우회, 동아리, 봉사단체, 종교단체 등의 대표는 ‘오피니언 리더’로 분류돼 후보들이 선호하는 선거운동 대상이 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야 그럴 리 없겠지만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신참들은 ‘회장님’을 만나 명함을 건네고 지지 약속이라도 받아내면 소속회원 모두의 지지를 얻어 낸 듯 착각에 빠집니다. 투표는 부부나 부모자식 사이에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되었지요. 그분이 회원들에게 지지 부탁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설령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회원들이 지지자를 바꿀 가능성 또한 크지 않습니다.


오피니언 리더를 활용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환상을 버리라는 의미입니다. 100명의 오피니언 리더를 쫓아다니는 것보다 몇 군데라도 회원으로 가입해 4년 동안 같이 땀 흘리며 교감하고 후보의 인간미를 보여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거운동이 있을까요? 어쩌면 그 회원들이 진정한 의미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후보를 알리는 자발적 운동원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겠지요. 진정한 의미의 오피니언 리더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후보와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교감을 나눈 후보 주변의 사람들입니다.


시의원 경력이 전부인 한 후보가 모든 면에서 우세한 현역의원과 총선에서 대결합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직 시의원은 기적 같은 승리를 만들어 냅니다. 승리의 비결은 명확했습니다. 100개가 넘는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고 합니다. 이들 단체에 내는 연회비만도 4천만 원이 넘었다고 하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들인 열정만큼은 칭송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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