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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Aug 20. 2023

드라큘라와 마주하다!

역사 이야기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킨 오스만제국 메흐메드 2세는 세르비아 공국(1459)과 보스니아 왕국(1462)도 병합해 그리스를 포함한 발칸반도 대부분을 오스만 제국의 세력권 아래 둡니다. 이어 헝가리를 향해 북진하던 메흐메드는 왈라키아공국의 블라드 3세 드라큘라와 마주합니다.     


왈라키아공국은 몰다비아공국과 더불어 현대 루마니아의 전신이 되는 국가이며 헝가리왕국의 지배를 받다 1330년 포사다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헝가리로부터 독립합니다. 이후 왈라키아는 헝가리와 오스만의 각축장이 되어 통치자인 공작이 수시로 바뀝니다. 1431년, 블라드 3세는 블라드 2세의 셋째 아들로 태어납니다. 블라드 3세가 6살이 되는 해에 블라드 2세는 왈라키아의 공작이 됩니다. 블라드 2세는 ‘용’이라는 뜻의 ‘드라큘’로 불렸고 블라드 3세는 ‘용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드라큘라’라는 이름을 자주 사용합니다. 블라드 3세와 동생 라두는 오스만제국의 볼모가 되어 메흐메드 2세와 함께 성장합니다.     


공작의 지위를 잃고 되찾기를 몇 차례 반복하던 블라드 2세는 1447년 헝가리와 귀족들의 공격을 받아 차남과 함께 처참한 죽음을 맞습니다. 이듬해 블라드 3세는 오스만제국의 군대를 빌려 왈라키아로 진격해 공작이 됩니다. 그러나 헝가리의 반격을 받아 두 달 만에 공작의 자리에서 쫓겨납니다. 블라드 3세가 재기를 도모하던 1453년, 메흐메트 2세가 동로마제국의 심장인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합니다. 1456년 블라드 3세가 오스만의 지지를 받던 왈라키아 공작을 죽이고 복위에 성공합니다. 공작의 자리에는 올랐지만, 나라는 귀족과 독일계 상인들의 독단으로 혼란스럽고 백성들의 고충이 심합니다. 블라드는 연회를 열어 500명의 귀족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500명 모두를 말뚝에 꽂아 죽입니다. 이후에도 귀족들을 초대해 산채로 태우거나 땅을 파게 하고는 생매장합니다. 공국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계 상인들도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소국인 왈라키아 공국이 오스만제국과 정면으로 맞섭니다. 오스만의 사절이 터번을 벗지 않자 블라드 3세는 예절에 어긋난다며 터번 위로 대못을 박아 사절 전부를 죽인 뒤 이스탄불로 보냅니다. 오스만의 1차 원정은 매복에 성공한 왈라키아가 대승을 거둡니다. 사로잡은 포로 전부를 막대에 꽂아 죽입니다. 1462년, 메흐메트 2세가 15만의 대군을 이끌고 친정합니다. 블라드 3세는 게릴라전으로 맞서지만 결국 오스만제국이라는 대세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귀족의 반란과 동생 라두를 앞세운 오스만군에 의해 실각합니다. 라두가 왈라키아의 새로운 공작이 됩니다. 그러나 라두도 바사라브 3세와의 공작 쟁탈전에 패해 죽습니다. 1476년, 블라드가 바사라브 3세를 몰아내고 세 번째 공작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듬해 블라드는 오스만과 싸우다 전사합니다. 그의 나이 마흔일곱입니다. 귀족, 헝가리, 오스만, 동생 라두를 상대로 평생을 싸움으로 일관합니다. 루마니아는 조국을 위해 싸운 영웅으로 블라드를 숭배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막대에 꽂아 죽인 잔혹함 때문에 블라드 3세는 드라큘라보다는 꼬챙이라는 뜻의 체페슈로 더 유명합니다. 그러나 1897년 영국작가 브램 스토커의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소설과 블라드 3세는 무관하답니다. 단지 작가인 브램 스토커가 블라드 3세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에 들어 소설 제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한 블라드와 메흐메트는 서로를 잘 압니다. 블라드는 볼모 시절에 받은 학대로 인해 오스만을 증오합니다. 훗날 시황제가 되는 진왕 정을 살해하려 했던 연나라 세자 단도 조나라의 볼모입니다. 조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조나라 볼모였기에 정도 처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처지의 두 아이는 각별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이후 정이 복귀해 진왕이 되자 단은 정의 환대를 기대하며 진나라의 볼모가 됩니다. 그러나 진왕은 단을 냉대합니다. 결국 약소국의 세자 단은 탈출해 진왕의 암살을 시도합니다. 그렇게 자객 형가의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맥락 없이 알고 있던 이야기를 역사 속에서 만날 때가 있습니다. 역사 읽는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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