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세일 Aug 24. 2023

‘조직’이라고요?

선거 이야기

총선이 다가오면서 캠프 구성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입니다. 완성된 캠프라기보다는 캠프의 핵심 구성원이 모여 사전에 선거 전반을 검토하는 자리입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캠프의 초기 세팅 작업에 컨설턴트 자격으로 참여하곤 합니다. 각종 선거결과 분석과 다가올 선거 예측, PI와 image making, story-telling과 문자 구성, 선거 참모 구성, 공약 설정, 홍보 전략 등을 캠프와 조율하며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합니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니 큰 이견 없이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흔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조직’이라고 하면서도 조직의 실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캠프 내 현장 담당 운동원을 조직이라고도 하고, 캠프 구성원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후보를 위해 뛰어주는 사람을 조직이라고도 합니다. 심지어는 유권자 정보(전화번호 목록)를 조직으로 인식하기까지 합니다. ‘조직’이란 개념이 모호하니 ‘조직운용’ 전략이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 권력과 돈이 함께하던 시절, 현역 정치인은 지역구의 하부 행정단위인 통·반까지 조직화하고, 하부조직 담당자는 집집마다 정치성향까지 파악해 관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선거가 시작되면 임기 중 거둬들인 검은 돈이 하부조직에 투입돼, 돈봉투가 되고 단체관광 비용이 되고 회식비가 되어 지역 주민을 관리했습니다. 이 시절엔 ‘조직’이라 부를 만한 명확한 실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거제도가 바뀐 요즘엔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치른 어떤 선거에서도 실체가 있는 조직을 운용하는 캠프를 보지 못했습니다. 선거비용의 제한은 조직 구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결국 합법적 범위 내에서 가능한 건 비용이 들지 않는 자발적 조직입니다. 정치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노사모’가 가장 좋은 예입니다. 자발적 조직이니 후보가 원한다고 조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후보가 살아온 인생 궤적과도 관련된 문제이지요. 그래도 구성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검토하고 추진할 가치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조직 관리’보다는 ‘선거구 관리’가 더 근접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유형의 지면으로 표현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지만, 효율적으로 선거구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파이 나누기’를 캠프에 제안하곤 합니다. 당선 후 나눌 파이가 조직 운영의 동력이 되는 방식입니다. 투표소 별로 단수나 복수의 담당자를 정합니다. 투표소 별로 기존 선거 결과를 분석해 기본 베이스를 만듭니다. 투표소에 따라 득표율 50%가 기본 베이스가 될 수 있고 40%, 6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기본 베이스를 넘어서는 초과 득표율을 평가해 파이를 나누는 방법입니다. 제공되는 ‘파이’에 대한 열망이 크면 클수록 효과가 있겠지요. 파이를 키우는 건 전적으로 후보의 역량입니다.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선거가 어찌 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고 있는 선거를 역전시키기 위해선 ‘남들 다하는 것’이 아닌 캠프만의 ‘특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드라큘라와 마주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