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연극, 영화, 심리학, 심지어 마케팅 용어로도 사용되는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스위스 심리학자에 의해 심리학 용어로 재생산됩니다.
‘가면을 쓴 인격’, ‘외적 인격’이라 표현되는 페르소나는 본연의 자아와 대비되는 ‘사회생활을 통해 획득된’, ‘남이 자신을 그렇게 봐주기를 원하는’ 또 다른 자아를 의미합니다. 물론 부정적 의미의 이중인격과는 다른 긍정적 기능도 있답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만나는 사람에 따라, 모이는 집단에 따라 행동양식이 조금씩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연의 자아와는 달리 특정 관계 속에서 결정된, 세상과의 적절한 타협을 통해 형성된 자아입니다. 이 용어로 설명이 되는지 확신은 없지만,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성장기부터 인연을 이어오는 친구 녀석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을 때 서로 부딪히며 생활한지라 타고난 성격의 장점과 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던 녀석들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녀석들을 만날 때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합니다. 녀석들의 단점이 없어지거나 때론 반대로 과장되게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요. 예를 들면, 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 녀석이 갑자기 ‘의리 그 자체’가 되어 나타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가슴 한쪽 인지하고 있던 핸디캡을 극복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십 대를 지나 가정을 갖고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부터는 다시 옛 성향으로 회귀하더군요. 타고난 성품이 아닌 학습된 성품의 한계인가 봅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신의 성품을 좋은 쪽으로 개선해 간다는 건 아름다운 시도겠지요. 이제라도 결 고운 가면 한 개쯤은 항상 챙겨 다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