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지치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에 지치고 있나요?
일? 관계? 혹은 타인의 기준? 이상? 저는 지난 몇 주간 '지친다', '쉬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요즘 왜 이리 힘들지 했다가, 지난 일기를 뒤져보니 거의 4년 내내 힘들다는 얘기 밖에 없었습니다. 문득 무서워졌습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쳤다면 앞으로도 똑같지 않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지침을 관리하고 계신가요?
오늘날엔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하는 것이 개인의 역량 부족이라고 치부되는 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원데이클래스, 실 ・ 내외 스포츠, 호캉스, 여행. 많은 분들께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면 내심 질투까지 납니다. 사실 저는 지침 ・ 스트레스를 쉽게 관리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아직까지 효과적으로 재충전의 방법을 찾지 못해, 휴일이면 집에서 술을 마시곤 하는데, 다음날에 찾아오는 숙취 ・ 자기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와 더욱 저를 지치게 만듭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난 4년 동안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되는 것이 두려웠기에 이번 주는 '지침'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내가 운동선수였다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운동선수라면 힘이 넘치는 상태로 퇴근하는 것이 되려 이상한 일이라고. 이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경기에서 열심히 뛰지 않은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가 지쳐 집에 들어오면서 '지친다 = 일을 쉬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서 피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운동선수의 지침은 뿌듯함이고 저의 지침은 도망쳐야 할 대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멘토링을 할 때 주로 듣는 것은 '문제'이다. "저는 역량이 부족한 거 같아요", "상사가 힘들게 하고 마음에 안 들어요" ...
즉 한마디로 말하면, "이러한 원하지 않는 모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이럴 때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피하고 싶은 미래가 아니라 정말 이루고자 하는 미래, 원하는 모습,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킬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런데 생각 외로 원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 역량의 부족은 피하고자 하나 역량을 쌓아 뭘 할지는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원하지 않는 것을 없애려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원하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더 낫다. ...
한 책을 보니 이런 구절이 있다. "피하려고 생각하기 보는 향해서 나아가려고 생각하라" 나아가려 하면 창의적인 생각들이 떠오른다.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려는 노력을 원하는 형상이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성취하는데 쓰라. - 신수정 『일의 격』 중에서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면, 내일은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서 더욱 많은 것을 이룰 생각을 왜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요. 피하지 않고 향하는 사람. "일이 힘들어요 ㅠㅠ 쉬고 싶어 ㅠㅠㅠ"라고 피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일한테 지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향하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문제정의부터
저의 지침은 일에 매몰되는 것에서 오는 것이 크다고 가설을 설정하였습니다. 제가 있는 초기 스타트업 특성상 업무의 양과 난이도가 제 역량이 쉽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할 일이 산더미인데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새롭게 일을 기획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에 큰 힘듦을 느꼈습니다. 일에 매몰되다 보니 일의 목적을 잃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 『일의 격』 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차만 타면 멀미하는 사람도 자신이 차를 몰면 멀미를 안 한다. 왜일까? 첫째는 운전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앞을 보면서 예측 상황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멀미하기 쉽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뒷자리에 앉아있기에 조그마한 흔들림에도 멀미를 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구성원이라면 쉽게 지치지 않는 비결 중 하나는 무엇일까? 더 높은 권한과 더 높은 통제권을 갖는 것이다. 미래를 더욱 선명하게 보는 것이다. 통제권이 부여되지 않는 환경이라면 수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움직여 자신의 통제권을 만들어라. 자신의 통제권을 더욱 넓혀라. 즉, 뒷자리에 앉지 말고 운전석에 앉아라.
당신이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대부분 뒷자리에 앉아있음을 기억하라. 그들은 대부분 조금만 흔들거려도 멀미한다. ...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운전석에 앉게 하라....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들을 앞자리에 앉게 하는 것이다.
앞자리에 앉으면 뒷자리보다 멀미를 안 한다. 앞자리에 앉게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회사의 목표와 가는 길을 가시화하여 계속 공유해 준다는 것이다. 같이 회사의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멀미가 덜해진다. - 신수정 『일의 격』 중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선 멀미를 하지 않아야 한다
나무를 베는데 한 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데 45분을 쓰겠다. 이는 어떠한 일을 하기 전에 '준비 단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가진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입니다. 단순히 준비 단계를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하기보단, 도끼의 날이 어느 정도로 날카로워야 나무를 베는 것이 용이한 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나무를 효율적으로 베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날카로움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45분 동안 도끼를 갈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도끼를 갈기 시작했습니다. 업무 시작 전 우리 조직은 어떠한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이고, 그렇다면 오늘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등을 정리하며 그날 하루를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엔 무작정 나무를 패기 바빴다면 지금은 도끼를 갈고 나무를 베어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업무를 조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조망할 수 있다면 매몰당하는 것이 아닌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제할 수 있다 믿으면 멀미(지침)는 전처럼 심하지 않을 테고요. 이것이 자기 통제력을 갖는 것 곧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여담이지만 지치다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서 기운이 빠지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서, 원하던 결과나 만족, 의의 따위를 얻지 못하여 더 이상 그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아니한 상태가 되다.
우리는 단순히 기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지속하기 싫은, 현재 내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을 지친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나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지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