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처음입니다만

집은 쉬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쉬고 싶다

by 충청도 여장사람

누구나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그냥 집안의 모든 것을 안 본 눈, 흐린 눈으로 지나치고 싶은 날.

손 하나 까딱하기 싫고,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은 날.

하지만 또 그 시간을 마냥 보내기엔 아깝기도 하다.


침대 위에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는 우리 집 고양이를 보며

‘저렇게 살고 싶다’ 생각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바로 청소다.


분명 매일 청소하고 정리를 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집은 또 스스로 어질러져 있다.

자가 번식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귀신이라도 사는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밤새 우리 집 개와 고양이가 이렇게 어질러놓나 싶어

곤히 자고 있는 녀석들을 깨워 괜히 추궁해 본다.

아니면 토이 스토리가 실제로 존재하던가.

우리가 자는 사이 아이들의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여

온 집안을 놀이공원처럼 놀다가,

우리가 일어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하며— 그래도, 그럴 리 없다는 걸 안다.


청소의 끝은 미뤄짐의 시작이다.

나는 청소를 끝내기 위해 시작하지만,

결국 시작을 위해 청소를 미룬다.


분명 내가 치웠는데 왜 다시 어질러져 있냐고?

그건 나보다 이 집이 더 열정적인 생명체라서 그렇다.

집은 쉬지 않는다.

나는 누워 있어도 집은 스스로 어질러지고,

먼지는 자가 번식하고, 세탁물은 자꾸만 번창한다.


이쯤 되면 내가 집의 주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이 집이 나를 키우는 건 아닐까 싶다.


거실을 정리하면 부엌이 눈에 밟히고,

부엌을 끝내면 세탁실이,

세탁실이 끝나면 현관 앞이 나를 부른다.


결국 하루의 청소는 끝나지 않고,

내 마음속엔 ‘여긴 내일 하지 뭐’라는

내 마음속의 먼지가 슬금슬금 스며 나온다.


결국 오늘도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청소기를 집어든다.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는 집의 눈치를 보며.


작가의 이전글살림은 처음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