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처음입니다만

나는 왜 늘 화가 나있는가

by 충청도 여장사람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엔

늘 아이들과 헤어질 때의 얼굴이 스쳐간다.


버스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첫째의 얼굴,

교실 문 앞에서 선생님 손을 꼭 잡고 들어가는 둘째의 얼굴.

그 얼굴들이 순서대로 뇌리를 지나가 가슴 어딘가에 콕 박힌다.


나는 왜 늘 화가 나 있을까.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아침엔 늘 서둘러도 시간이 모자라다.

“서두르자.” 입에 달고 살지만,

아이들은 아직 ‘서두른다’는 게 뭔지 모른다.

그들은 그들만의 속도로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텐데,

내 눈엔 그저 느릿느릿,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면 나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아이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아침에 아이들에게 화내기 정말 싫은데,

매일 다짐하면서도

결국 또다시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본다.


왜 이렇게 여유가 없을까.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특별히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늘 뭔가에 쫓기듯, 늘 촉박하고, 늘 급하다.


나는 늘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 속에 사는 것 같다.

시간을 이렇게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

아까우니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그래서 내 머릿속은 늘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 보면 숨이 차고,

숨이 차면 화가 난다.


결국, 내 화는

나의 불안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화를 냈다.

그 와중에 커피는 식고,

화낸 이유는 기억이 안 난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엔 ‘내일은 화내지 말자’고 다짐하고,

아침엔 눈뜨자마자 ‘오늘은 화내지 말자’고 되새긴다.

점심쯤엔 ‘그래도 오늘은 좀 참았다’고 나를 위로하고,

저녁엔 ‘내일부터 명상이나 해볼까’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양말 한 짝을 또 못 찾는 순간,

나의 명상은 끝난다.


주말이 다가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말이 제일 무섭다.

이번 주말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화를 조금만 덜 내보자고 다짐해 본다.


물론, 그게 제일 어렵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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