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성좌원시점 #5
딱따구리와 놀다 문득 고개를 드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어두워지는 걸 어색해했다.
낮동안 광합성을 열심히 했으니, 밤에는 차분히 숨을 쉬어야 하는데 갑갑하기만 했다.
내가 뿜어내는 숨 때문일까 싶을 정도로 우울한 기분을 참아내기 어려웠다.
그런 것 치고는 대단한 기세로 자랐다.
같은 날 자리 잡았던 다른 나무들에 비해 훨씬 커져버린 것이다.
근처에 나무가 없어서였을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기운 덕일까.
어느 날 문득 아름드리나무가 된 기분이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자연스럽다는 말은 좀 가혹한 데가 있다.
부러진 가지 하나, 곧 떨어져 나갈 껍질 하나에도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어디까지가 내 몸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기 힘들어졌다.
흙과 잎, 돌과 물, 부드러운 뿌리와 억센 가지가 비슷하게 감각이 되는 상태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나이가 많아 경지에 올랐다기보다는 조금 시큰둥해진 쪽에 가깝다.
솔직히 재밌는 일이 좀 있었으면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근처에 나무가 몇 새롭게 자리 잡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화단을 만든 일이 못내 즐거웠다.
누가 와서 좋았다기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일들이 다채로워서,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어느 날, 내 몸 한가운데 작은 집이 생겼다.
자주 내 사진을 찍고, 치수를 재던 남자 작가는 이 나무집을 설치하는 동안 고생이 많았다.
커다란 가지 사이에 반듯한 집을 얹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나 역시 쉽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마음이 복잡했다.
고요한 가운데, 밤이 찾아왔다. 신경을 너무 썼는지 숨 쉬는 일이 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때. 불이 들어왔다. 작지만, 분명한 불빛이 집 앞에 반짝 켜졌다.
낮 동안 태양빛으로 에너지를 모았다 어두워지면 불이 켜지는 원리라 했다.
불빛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초대된 아이들 앞에서 작가는 작은 집을 소개하며, 그 안에 정령이 산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정령이라는 말을 듣고 눈을 빛내며 나를 가만 바라보았다.
나는 오랜만에 잔잔하게 오래 웃었다. 그 말이 사실이어서 그랬다.
작은 집 안에는 작가가 넣은 아름다운 거울이 하나 있었고, 그 거울 안에는 상상한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내 몸에 집이 생기고 나는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