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넘기지 못한 페이지의 이유

한 페이지를 넘기기 전, 그 안에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by 오석표

퇴근길, 지하철 좌석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아침에 읽다 멈춘 페이지를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손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아침에 읽은 마지막 문장이, 자꾸만 마음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아직 건너지 못한 다리 앞에서 멈춰 선 사람처럼, 나는 그 문장 안에 머물러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활자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페이지는 훌쩍 넘겨도 좋지만, 어떤 페이지는 오래 머물러야 한다.
왜냐하면 그 문장 하나가, 지금의 나를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성공한다고 말하지만,
가끔은 한 장면 안에서 충분히 머물러야 한다.
그 안에서 배울 것을 다 배우고, 느낄 것을 다 느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책 속의 ‘넘기지 못한 페이지’가 사실은 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 순간에 멈춰 섰기에, 비로소 방향을 잃지 않았던 때가 있었으니까.


책은 결국 인생의 축소판이다.
한 장을 넘기기 전, 그 페이지가 주는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게 진짜 독서이자, 진짜 삶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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