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타오르되, 태우지 않는 법

열정은 불꽃이 아니라, 빛을 남기는 기술이다.

by 오석표

며칠 전, 서랍에서 작은 양초 하나를 꺼냈다.
심지를 조금 잘라내고 성냥을 그었다.
불꽃이 잠시 흔들리다 안정되자, 방 안의 공기가 천천히 밝아졌다.


초는 많은 것을 가르친다.
심지가 너무 길면 그을음이 생기고,
너무 짧으면 빛이 약하다.
열정도 그렇다.
과하면 태우고, 모자라면 비추지 못한다.


초는 스스로를 녹여 온기를 만든다.
남에게 온기를 건네는 일엔
항상 나의 시간이 조금씩 줄어든다.
그래서 더더욱 온도와 시간의 조절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자’로 기준을 세웠고,
‘컵’에 마음을 담았으며,
‘시’로 호흡을 맞추고,
‘문’에서 선택했고,
‘책’으로 배웠다.

이제는 배운 것을 불꽃으로 옮길 차례다.
크게 타오르기보다, 오래 비추도록.


오늘 나는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작은 불을 켠다.
방의 온도보다 마음의 온도가 먼저 따뜻해지길 바라며.
타오르되, 남김은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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