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한 줄을 살아낸다.
어제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래전에 읽던 책에서 접힌 귀와 연필 메모를 발견했다.
그때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읽고,
나는 잠시 오늘의 일을 멈췄다.
책은 쌓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한 줄이 마음에 닿을 때,
그 문장이 오늘의 선택을 조금 바꾸면
그게 독서의 전부다.
밑줄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쪽지다.
그때의 떨림과 지금의 고민이
한 줄에서 만날 수 있도록
나는 여백에 작은 메모를 남겨 둔다.
많이 읽는 것보다
제때 읽는 것이 있고,
빨리 읽는 것보다
한 줄을 오래 붙드는 때가 있다.
문을 열었다면(『문』),
이제는 배워야 한다.
책은 길을 대신 걸어준 사람들의 발자국이고,
우리는 그 흔적 위에
우리만의 발자국을 겹쳐 찍는다.
책장을 덮고 나서야 시작되는 독서가 있다.
오늘 내가 고쳐 쓴 한 문장,
오늘 내가 미룬 한 말,
오늘 내가 건넨 짧은 감사—
그 모두가 읽은 글의 삶 속 번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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