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밤을 지나, 내일을 여는 빛

어둠을 견딘 끝에, 해는 방향이 된다.

by 오석표

새벽, 창문 틈이 아주 얇게 밝아오른다.
어젯밤 켜 두었던 작은 양초는 심지만 남아 있고,
식어 가던 머그잔에서 마지막 온기가 살짝 올라온다.
나는 커튼을 천천히 걷는다.
밤을 지나온 시간들이, 빛 앞에서 조용히 정리된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작은 도구들을 마음에 들였다.
‘자’로 기준을 세우고,
‘컵’에 오늘의 마음을 담고,
‘시’로 호흡을 맞추고,
‘문’ 앞에서 머뭇거림과 건너감을 배웠다.
‘책’에서 한 줄을 길로 가져왔고,
‘초’로 오래 비추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지금—해가 떠오른다.


해는 ‘다시’의 다른 이름이다.
어제의 실패도, 미뤄둔 다짐도
빛 앞에서 방향을 새로 얻는다.
눈부심은 화려함이 아니라 성실이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세상을 밝혀 주는 일.


빛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는 빛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빛 쪽으로 몸을 돌리는 일.
그렇게 얼굴을 비출 때
남아 있던 그림자까지도 자리를 찾는다.


오늘 나는 결심한다.
해를 등지고 걷지 않겠다고.
작은 그림자가 길어지더라도
빛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밤을 건너온 모든 이유가
지금 이 새벽에 모여 한 줄기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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