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머무는 온도

일상의 중심과 질서를 세우는 일

by 오석표

현관에서 신발을 가지런히 맞춘다.

돌아온 하루가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른다.


거실을 한 바퀴 훑어보고
테이블 위의 컵을 싱크대로 옮긴다.
흩어진 것들이 제자리를 찾으면
마음도 제자리를 찾는다.


집은 공간이 아니라 태도다.
좋은 가구보다 중요한 건
돌아온 사람을 다정하게 맞는 공기다.


커튼을 반쯤 열어 둔 채로
빛이 머무를 자리를 비워 둔다.
서둘러 씻은 뒤
내일 입을 셔츠를 조용히 걸어 둔다.
작은 준비가 내일의 피로를 덜어 준다.


부엌에서는 전기밥솥의 잔열이 남아 있고
싱크대의 식기건조대에는 식기와 행주가 조용히 말라가고 있다.
여기엔 성취보다 회복의 언어가 많다.
괜찮다, 천천히, 다음에.


책장 한켠에 지갑과 차열쇠를 늘 같은 자리에 둔다.
반복되는 동선이
흔들리던 하루를 붙잡아 준다.
질서가 생기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만 나란히 두고 앉아 있는 시간.
같은 소파, 다른 생각, 같은 온도.
말이 없을수록 서로의 존재가 또렷해진다.


밤이 깊어지면 창을 닫고
집 안의 소리를 낮춘다.
냉장고의 낮은 진동, 시계의 미세한 초침,
이 집이 나를 지키고 있다는 안도감.
나는 여기서 다시, 내일을 시작한다.


집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는 이유다.
작은 질서와 따뜻한 공기로
오늘의 나를 다독이고
내일의 나를 초대한다.



#집 #온도 #질서 #머묾 #안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 빛의 창